뜬금없이 이민가고 싶다는 남자친구, 어떡해?뜬금없이 이민가고 싶다는 남자친구, 어떡해?

Posted at 2015. 5. 15. 07:01 | Posted in 연애 연재글/연애트러블클리닉

뜬금없이 이민가고 싶다는 남자친구, 어떡해?

K양이 남자친구의 행동에 당황해하고 때론 화가 나는건 당연한 이치다. 여자친구가 30대 초반인데 감히 어디서 뜬금없이 이민이라는 중차대한 일을 가지고 이랬다 저랬다 하는가? 하지만 K양아 조금만 흥분을 가라앉혀보자. 어차피 이민을 간다해도 2년후고 심지어 남자친구가 한국에 돌아오는데에만 무려 7개월이 걸린다. 3년 이후의 일이 어떻게 될지 누가알겠는가? 결혼이 급하다면 끊고 다른 남자를 물색하는것이 맞는 이야기겠지만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면 일단은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사랑을 키워나가는데에 집중하자.

 

 

남자와 여자의 생각하는 방식이 조금 다를 뿐이다.

남자친구의 직업이 항해사이다보니 만난지 얼마 되지않아 승선을 해서 롱디아닌 롱디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남자친구가 승선한지 얼마 있다가 뜬금없이 이민을 가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뜬금없는 이민얘기에 당황했는데, 그러다 며칠후 가고 싶다에서 갈거다로 바뀌더라고요. 구체적으로는 한국으로 돌아와서 2년 후에는 가야겠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때 당시에 이 말이 그냥 통보로만 들리는거에요. 내 의견은 묻지도 않고, 자기 혼자 결정하고 통보를 해버리니 결국 이문제로 계속 싸우게 되었어요. 

 

아니... 사귄지 얼마나 되지도 않았는데 뜬금없이 이민드립이라니? 이민을 가고 싶어도 일단은 K양과 상의라도 해야지 대뜸 혼자서 결정해버리다니! K양의 남자친구는 K양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걸까? 정확히 말을 하자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생각이다.

 

남자친구가 이민을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K양이라는 변수를 생각하지 않은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K양과 헤어질 생각이 있거나 K양을 무시해서 그런 결정을 한것은 아니다. 남자라는 생물들이 그렇다. 일단 무엇에 꽂히면 일단 그것에 대에 무섭게 파고들고 일단 결정을 하거나 일을 벌린다. 그리고 수습은 나중에 하는거다.

 

한 심리실험에서 남자그룹과 여자그룹에게 훌라우프 돌리기, 코끼리코 10바튀 돌기, 이상한 소리 내기 등의 10여가지의 지령이 담긴 쪽지를 주고 모든 지령을 완료하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을 체크하기로 했다. 승자는 누구였을까? 당연히 현명한 여자그룹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어떻게 여자들은 남자들을 월등한 시간차이로 간단히 제압했을까?

 

남자들은 쪽지 맨 위에 있는 지령을 읽자마자 바로 행동에 옮기며 괴상한 행동을 10여가지를 수행 했지만 여자들은 차분히 쪽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다가 맨밑에 있는 "위의 행동은 할 필요없이 종이에 싸인을 하시오"라는 문구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여자들이 꼼꼼하게 하나하나 따지고 결정을 내리고 행동에 옮긴다면 남자들은 일단 결정을 하고 진행을 하면서 수정을 한다.

 

K양의 남자친구의 경우에는 이런 저런 이유로 이민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고 그 생각을 계속하다보니 이민에 대한 마음이 커지고 간단히 몇가지를 따져본 후 일단 결정했을 뿐이다. 이런 행동은 여자친구를 소중히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저 순서가 조금 다른것일 뿐이다. K양의 남자친구는 일단 결정을 했지만 K양과 충분히 대화를 통해 계획을 수정할 여지가 있었을것이다. 하지만 대화가 아닌 화를 내는 K양에게 반발심이 들어서 논쟁을 하게된것 뿐이다.

 

 

논쟁하지말고 일단은 장단을 맞춰주자.

뜬금없는 이민얘기에 당황했지만 지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민이라면 저도 조금은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남자친구랑 얘기를 하다보니 결혼에 대해서는 또 이렇다할 계획도 없더라고요. 저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화도 나서 저는 결혼하기전엔 이민은 절대 안된다 못을 박았고 이민 얘기 말고도 이런 저런 일들에 대해 이랬다 저랬다 하는 남자친구에게 화를 엄청 내봤지만 남자친구는 아예 그런 얘기도 안하더라고요. 왜 그러냐 물어보면 무슨말을 하든 제가 화를 내서 말하기가 싫다고 하는데 참... 아...

 

앞서 말했지만 그저 순서가 달랐을 뿐이다. 이민이 가고 싶어서 "이민을 가야지! "하고 결정했을 뿐 구체적인 계획도 세우지 않은체 그저 결심만 했을 뿐이다. 오죽하면 결혼 생각도 안했을까? 하지만 K양이 이 터무니 없는 결정에 일단 화부터 내고 비난을 하니까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무시당하는 기분도 들고, 비난을 받은것에 대한 보복차원에서 괜한 고집을 피우거나 말도 안되는 말들을 늘어 놓는거다.

 

남자들은 8살 아이같이 허황된 이야기를 하곤 한다. 8살 꼬맹이가 "난 커서 슈퍼맨이 될거야!"라고 하면 "그래! 우리 애기 커서 슈퍼맨 되려면 밥도 잘 먹고 공부 열심히 해야지?"라며 장단을 맞춰주면서 올바른길로 인도해야 하는 것처럼 다 큰남자가 허황된 얘기를 할때에도 흥분할 필요 없이 "와~ 정말 멋있는 생각이다! 근데 그러려면 일단은 돈도 좀 모으고 준비도 해야겠다 그치?"라며 장단에 맞춰주면서 현실적인 부분을 슬쩍 건들여주면 된다.

 

K양의 남자친구의 경우라면 "결혼 계획도 안짜놓고 무슨 이민이야!!!"라고 화를 낼게 아니라 "와~ 이민!? 나도 가고싶다...ㅠ_ㅠ 우리 같이 이민가려면 돈도 모으고, 준비해야할거 많겠다 ㅠ_ㅠ 자기 한국 들어오면 외국어학원도 같이 다니자!"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슈퍼맨 되려던 꼬맹이들이 커서 결국은 공무원이 되는것처럼 허황된 계획을 꿈꾸는 다 큰 어른들은 준비를 하는 과정에 자연히 현실과 타협을 하게 되기 마련이다. 남자의 허황된 계획에 흥분하지 마라. 당신 지적하지 않아도 주위에서 지적하고 뜯어 말릴것이고, 고집을 피우다가도 냉혹한 현실의 벽을 체감하면 또 달라지게 되기 마련이니 말이다.

 

K양이 "이 남자친구와... 관계를 이어가고 싶어요. 좋게..."라고 말했던것이 진심이라면 일단 남자친구가 한국에 들어올때까지는 8살 꼬맹이의 장래희망을 듣는다고 생각하고 무조건 남자친구의 편이 되어주자. 그리고 현실적이지는 않더라도 남자친구와 함께 "음... 이민갈거면 난 아프리카!"라면서 이런 저런 상상과 꿈을 꿔보는거다. 3년 후 진짜 갈지 안갈지도 모르는 이민 얘기로 벌써 헤어질필요는 없지 않을까? 갑자기 이민이 가고싶어진 남자친구의 마음이 7개월 후엔 또 어떻게 변할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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