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적인 남자친구, 어쩌죠?개인주의적인 남자친구, 어쩌죠?

Posted at 2019. 7. 24. 21:51 | Posted in 연애 연재글/연애트러블클리닉

개인주의적인 남자친구, 어쩌죠?


남자친구가 너무 개인주의적이에요... 정말 남녀관계 깔끔하고 좋은 신랑감이라는 친구의 말에 속아서? 만났는데... 정말 남녀관계 깔끔하고 술도 안마시고 퇴근하고 나면 운동하러가거나 집에서 책읽는거 말곤 달리 하는것도 없어요. 처음엔 너무 건전하고 멋있다고 생각했지만... 남자친구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많이 힘드네요...

문제되는건 없어요... 제게 뭘 강요하지도 않고... 뭔가 신경쓰이게 만드는것도 아니고요... 굳이 하나 걸린다면 제게 강요하는게 없는것 만큼 자신도 강요받지 않길 원하고 힘들어해요. 예를들면 친구들과의 약속을 조금 미루고 하루만 같이 있었달라고 했는데 엄청 힘들어하고 곤란해하더라고요. 

분명 따지고 보면 문제될건 없지만... 그래도 저는 저를 좋아하는게 맞는지도 잘 모르겠고... 이렇게 만나는게 맞는건가 싶은 생각이 자꾸 들어요... 이거 괜찮은걸까요...?

- B양


오랫동안 나는 내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인줄 알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기 보다는 개인주의적 인간인것 같다. 내가 그럴 자격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B양이 당황스러워하는 개인주의적인 남자를 대표하여 설명을 좀 하자면 이렇다. 


많은 사람들이 집단내에서(커플도 집단이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모두 이기주의자라고 여기고 부정적으로 여기는데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는 확실히 구별되어야한다. 이기주의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내 이득을 위한 타인의 손해를 신경쓰지 않는다. 


이기주의자들은 연애에 있어서 자신만의 논리를 펴며 내가 옳고 상대는 틀렸다고 말하며 상대를 통제한다. 예를들면 "난 밤늦게까지 술을 마셔도 괜찮지만 여자친구는 여자니까 안돼!"라는 식이다. 이런 노골적인 이기주의는 쉽게 구별이 가능하지만 간혹 아리까리한 이기주의도 있는데 예를들면 "자기야 앞으로 술마시지마! 나도 안마실게!"와 같은 것들이다. 


둘다 똑같이 술을 마시지 말자는 주장이니 이기적인 행동이 아닌것 같지만 문제는 술을 마시는 것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과 입장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무시하고 나를 기준으로 상대에게 나와 같은 행동을 강요하는건 이기주의라고 할 수 있다. 


개인주의는 이기주의처럼 개인에 포커스를 맞추지만 이기주의는 오로지 나만 생각한다면 개인주의는 나 이외의 타인들도 존중받아야할 개인으로 여긴다. 예를들면 내가 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것에 대해 터치받지않길 원하는 것처럼 여자친구의 술자리도 터치를 하지 않는다. 또한 내가 술을 마시지 않아도 상대가 술을 마시길 즐긴다면 그것 역시 터치하지 않는다. 나와 상대는 연인이지만 그 이전에 개인이니 말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개인주의적 태도들이 다소 이질적이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딴 식으로 서로 맞춰갈 노력도 안하고 지편한대로 할거면 뭐하러 연애해 그냥 평생 혼자 살지!"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개인주의적인 사람으로써 이런 반응이 익숙하고 감정적으로는 이해하지만 다소 억울한것도 사실이다. 


개인주의적이라고 해서 상대와 벽을 쌓고 상대의 일에 무관심하고 상대를 방치하며 나 좋을대로 멋대로 하는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진정한 개인주의자라면 연애를 하며 서로의 과제를 분리하고 서로의 사생활을 정확하고 확실히 분리하고 존중하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상대가 내게 어떠한 도움을 요청할땐 내가 가용한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도움을 줄것이다. 


개인주의는 더치페이와도 비슷한 구석이 많다. 둘다 논리적으로는 합리적이지만 실제 상황에서 맞닥뜨리게 되면 당황스럽고 뭔가 내가 존중받지 못한다는 불편한 생각이 먼저 들기 쉽다. 그래서 따지고 보면 개인주의든 더치페이든 그 자체가 큰 문제가 되는건 아니지만 예상치 못한 순간에 익숙하지 않은 상황을 맞닥뜨린 상대의 입장에서는 당황하기 쉽고 이 때문에 오해가 생겨 관계가 틀어져 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내가 개인주의적인 사람이 되길 결심한 이유는 내게 한계가 있다는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연애를 하며 사랑이라는 단어를 지니의 램프처럼 사용한다. 서로 성격이 다르고 취향이 다를 수 있어도 사랑하고 노력하면 해결 할 수 있고,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도 사랑하면 뭐든 이겨낼 수 있으며, 사랑하면 뭐든 해줄 수 있다고 말이다. 


한때는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고 그래서 상대가 사랑이라는 지니의 램프를 문지르면 그것을 해주기 위해 노력했었다. 한참이 지나 내가 깨달은건 "아... 나는 지니가 아니구나? 난 한계가 있구나!? 그것도 아주 많이!"였다. 한계는 단지 통잔 잔고뿐이 아니었다. 여가시간도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 정신적 에너지도 한계가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사랑을 위해 여자친구가 원하는 모든것을 맞추고 해주고 싶었지만 그러려고 노력할 수록 오히려 트러블만 더 늘었다. 


다른 사람들이 그렇듯 나또한 지니가 아니기에 내가 상대를 위해 뭔가를 하면 나 또한 뭔가를 받고 싶어졌다. 문제는 서로 바라는게 다르니 나는 애써 노력한것이 상대에겐 그다지 와닿지 않고, 상대가 노력한것이 내게는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는거다. 그러니 서로를 위해 노력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서로에게 더 실망하게 됐다. 


내가 개인주의적인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건 상대에게 간섭을 받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것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내가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고 그 한계안에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가려운 부분을 상대에게 말로 설명하며 긁어달라고 하는것 보다 내가 가려운 곳을 스스로 긁는게 빠르고 편한것처럼, 되도록이면 내 일은 내가 해결하고, 상대가 내게  손이 닿지 않는 부분이 가렵다고 말하기 전까지는 되도록이면 상대의 일에 개입하지 않기로 했다. 


이러한 방식이 로맨틱과는 거리가 멀다는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개인주의를 선택하고 나니 로맨틱한 감정은 다소 줄었지만 덕분에 연애는 안정감을 찾았다. 처음엔 서운해하던 여자친구도 막연히 서운해하기보다는 좀 더 가볍게 내게 여러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고 나 또한 막연히 미안해하기보다는 내 입장을 보다 솔직히 이야기하게되며 오히려 막연히 서로 맞춰가는거라고 생각할때보다 더 대화가 많아지고 서로 존중을 하고 받는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 사례일 뿐이다. 개인주의적 성향을 가지고 연애를한다고해서 무조건 합리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고, 관계가 더 좋아진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상대가 개인주의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해서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어디까지나 중요한건 상대가 개인주의적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상대와 열린대화가 가능한지 가능하지 않은지가 아닐까? 


재회플랜&사례집 '이번 연애는 처음이라' 책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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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재회지침서 '다시 유혹 하라'책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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