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더 많이 희생해야한다는 친구를 바라보며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더 많이 희생해야한다는 친구를 바라보며
Posted at 2011. 9. 29. 07:59 | Posted in LOVE/LOVE
손가락 꾸욱!
더 많이 사랑하면 더 많이 희생해야하는 걸까?
몇일전 친구의 생일을 맞아 친구커플과 술잔을 기울일 일이 있었다. 이 커플은 일전에 소개했던 커플로 현재 100여일을 넘게 비밀연애를 이어오고 있다. 앞서 밝혔듯 이 커플을 탄생시킨건 나의 눈물겨운 노력 덕분이었지만 최근 이 커플의 행보를 보고 있노라면 당장에라도 헤어지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내 친구의 여자친구인 윤미는 노이로제가 걸릴만큼 비밀유지에 열을 올린다. 물론 처음엔 내 친구 재식이도 비밀연애에 합의를 하였지만 사실 비밀연애만큼 갑갑하고 불편한게 또있을까? 그날은 재식의 생일이었지만 비밀연애중이기 때문에 둘의 관계를 유일하게 알고있는 나와 윤미의 동네친구 미경이만 불러모아 4명이서 조촐하게 생일축하를 할수밖에 없었다.
그다지 흥겹지도 않은 분위기에 쓸쓸히 창밖만 바라보고 있는 재식이를 바라보며 더이상 참을수 없었던 나는 윤미에게 한마디 했다.
"너의 입장도 알겠지만 이제 슬슬 니들 연애하는거 알릴때도 되지 않았어?"
"야! 절대 안돼! 그건 재식이랑도 사귈때부터 합의한거였어!"
"야 그래도 그렇지! 언제까지 이렇게 숨어서 연애할건데 오늘 재식이 생일인데 이게 뭐냐!"
이때 날라온 윤미의 한마디...
"내가 먼저 사귀자고 했나? 더 좋아하는 사람이 더 희생해야지!"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미경이도 한마디 거들었다.
"내가 봐도 재식이가 더 좋아하는것 같은데 그럼 더 이해해야하는거 아냐?"
좋아하면... 노예가 되는건가...
마음같아서는 술판을 뒤엎고 윤미의 얼굴에 물이라도 끼얹고 싶었지만 이 커플을 이어준게 나 자신이 아니던가... 순간 멍해진 나는 더이상 어떠한 말도 할수 없었다.
물론 이글을 읽는 당신도 윤미나 미경이의 말에 공감할수도 있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더 희생해야한다... 어찌보면 참 논리적인 말같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더 사랑하는 사람이 더 희생해야한다는 논리는 말도 안되고 있어서도 안되는 논리라는것을 알수있다. 만약 더 사랑하는 사람이 더 희생해야한다는 논리가 옳다면 이 세상의 연애는 어떻게 될까?
더 사랑하면 더 희생해야하는 세상이 온다면?
1. 이 세상 그 누구도 먼저 고백하지 않을 것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더 희생해야한다면 누군가에게 사랑을 표현한다는 것은 곧 누군가의 노예가 되겠다는 말과 똑같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고백한다는 것은 그 사람과 서로 사랑을 나누고 싶다는 뜻이지 상대방에게 굽신거리며 짐이나 들어주는 노예가 되고싶다는 뜻이 아니다. 사랑표현=노예계약 이라면 과연 누가 사랑을 먼저 고백할까?
2. 사랑을 받은사람은 절대로 사랑을 주지 않으려 할것이다.
물론 아무리 사랑표현=노예계약이라도 어찌 사람으로 태어나 큐피드의 화살을 피하고만 살수 있을까? 아무리 더 사랑하는 길이 노예가 되는 길이라도 큐피드의 화살을 맞고 사랑의 열병을 앓게되면 눈물을 머금고 사랑을 고백하고 제발로 노예가 되는길을 택하게 될것이다. 중요한건 커플이 맺어진 이후다.
일단 사랑을 받은 사람은 절대 사랑을 주려고 하지 않을것이다. 사랑을 주면 줄수록 내가 노예가 될터인데 누가 사랑을 주려고 할까?
3. 더 사랑하지 않으려고 노력할것이다.
큐피드의 화살에 맞아 사랑의 열병을 앓고 스스로 노예가 된 사람이든 더 사랑하는 쪽의 희생을 받는 쪽이든 서로 사랑하기는 커녕 더 사랑하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할것이다. 아마도 그런 세상이 온다면 서점엔 '사랑안하는법'이라는 책이 불티나게 팔리지 않을까...?
사랑은 불평등하다. 내가 50만큼 상대방을 사랑한다고 해서 상대방도 똑같이 50만큼만 나를 사랑해주지는 않는다. 경우에 따라 내가 상대방을 더 사랑하기도 또 상대방이 나를 더 사랑하기도 한다. 이렇게 사랑은 언제나 불평등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이에는 노력과 희생이 필요하다.
역시 그렇다면 더 사랑하는 사람이 더 희생해야할까? 물론 절대 아니다. 연애에서 둘중에 한명이 더 노력하고 희생해야한다면 그것은 상대방을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상대방을 덜 사랑하는 사람이어야한다. 사랑을 더 많이 받는다는것은 상대방의 희생을 강요할수 있는 권력이 아닌 상대방을 더욱 사랑해야하고 희생해야하는 의무이기 때문이다.
평범남, 사랑을 공부하다.
바닐라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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