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의 버릇을 고치겠다는 Y양에게남자친구의 버릇을 고치겠다는 Y양에게

Posted at 2015. 7. 1. 07:01 | Posted in 연애 연재글/연애트러블클리닉

남자친구의 버릇을 고치겠다는 Y양에게

Y양아... Y양의 몇가지 문제점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전에 Y양의 사연에 대한 평을 먼저 하자면 사연의 내용이 남자로써 상당히 불쾌하고, 내가 Y양의 남자친구였다면 미련없이 "그래... 너한테 맞는 그런 남자만나"라고 해줬을것 같다. 지금부터 내가 Y양에게 해줄 얘기는 Y양이 바라는 남자친구에게 사과하는 법을 가르치는 방법이 아닌 Y양 입장에서는 다소 불쾌할 수 도 있는 이야기겠지만 한번 꾹 참고 들어보자. 그리고 생각해보자. "나에게 있어서 남자친구는 어떤 존재일까?"라고 말이다. 

 

 

남자친구는 당신의 후임병이 아니다.

금요일에 친구들 모임이 있어서 남자친구가 늦게까지 과음을 했어요. 다음날 남자친구는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좀 자야겠다고 하길래 그러라고 했죠. 그런데 저녁이 되도록 연락이 없어서 연락을 해봤는데 안받는거에요. 그래서 남자친구 어머니께 연락을 했는데 이제 막 들어왔다고 하시는거에요.

남자친구에게 물었더니 몸도 힘들다고 하면서 친구들하고 해장하러 간다고 하면 싸울까봐 말을 안하고 갔다는 거에요. 속인거 미안하다고 하길래 그럼 집앞에 잠깐 오라고 했더니 오늘은 너무 피곤하다고 못오겠다고 하더라고요. 거기서 2차 빡침... 친구들은 보러가면서 저한테는 못온다는게 너무 화가나더라고요.

 

아.... 뭐라고 말을 해줘야할까... (솔직히 아는 동생이었으면... 음...) Y양의 사연을 읽는데 뭔가 예전에 느꼈던 불편하고 불쾌한 감정이 어렴풋이 떠올라 한참 머릿속을 뒤적여보다가 드더어 떠올랐다. 그래... Y양에게서는 군대시절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오던 선임병의 불쾌한 향기가 난다.

 

"이등병XX가 보고도 안하고 화장실을가?", "어쭈? 빠져가지고 각 안잡냐?", "야 신병, 니꺼 다하고 내꺼 다해놔라" 성격상 욱할때도 여러번 있었지만 "군대니까..."며 가슴속으로 참을인자를 수만번 새겨가며 참았다. 덕분에 아무리 내가 상대보다 힘이 있다고 해도 절대 상대를 하대하거나 무시하지는 말아야겠다는 귀한 교훈을 얻긴 했으나 참... 불편하고 불쾌한 경험이었다.

 

선임병은 그나마 나보다 계급이나 높지... Y양은 무엇을 근거로 남자친구를 후임병 다루듯하는지 생각해보자. 말없이 밖에 나간것이 연인관계를 해하는 중대한 잘못인가? 또 남자친구는 Y양이 집앞으로 오라고 하면 언제든 달려와야하나?

 

남자친구의 행동이 여자친구를 행복하게 하는 행동이었다는 말이 아니다. 남자친구의 행동은 어디까지나 여자친구를 서운하게 하는 행동이지 Y양의 말처럼 여자친구를 빡치게 하고 화나게 하는 행동은 아니다. 대체 Y양의 머릿속에 남자친구는 어느정도의 위치에 포지셔닝되어있는지 심히 궁금하다. 혹시 남동생정도? (애완견정도냐고 하려다가 참았다.)

 

Y양도 존중받아야 하지만 남자친구도 존중받아야한다. 말없이 외출을 하고 나를 보러 오지 않는다는것에 흥분하고 화를 내기전에 Y양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점검해보자. 혹시 Y양은 남자친구를 이등병대하듯 하고 있지 않은가?

 

 

일단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부터 생각해봐라

남자친구는 미안하다고 하면서 비꼬듯이 말하더라고요. 죽을죄를 졌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니 화가 안풀리니 난 더이상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잘못한건 알겠는데 아무리 해명해도 부족한것같고 말안하고 간건 잘못이지만 그냥 밥만먹고 온건데 이렇게 화를 낼 일인지 모르겠다네요. 심지어 이러다가 질릴지도 모르겠다는 말까지도...

 

Y양은 사연 속에서 "남자친구가 지가 잘못해놓고 적반하장식으로 나왔어요!"라고 고자질 하듯 이야기 하는데... 글쎄다... 난 사연속에서 적반하장을 일삼는 뻔뻔한 남자보다는 Y양의 분노와 짜증에 지칠대로 지쳐버린, 영혼까지 너덜너덜해진 남자가 보인다.

 

이 싸움의 발단을 다시보자. 남자친구가 친구들하고 해장을 하러가는데 왜 말을 하고 가지 않았나? 깜빡한것도 아니고 Y양이 화를 낼까봐 말을 안했단다. 둘만의 어떤 사연이 있겠지만 어쨌든 남자친구는 친구만나러 가는것도 비밀로 해야겠다고 생각할만큼 Y양이 화를 많이 낸다고 느끼고 있다. 여기에 어떻게 해야 Y양의 화를 풀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까지...

 

솔직히, 이정도만 들어봐도 어느정도 견적은 나오지만 섣부른 추측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백번 양보해도 Y양과 남자친구의 문제는 소통부족이지 남자친구가 일방적으로 연인관계를 해치는 행동을 하고 있는건 아니다.

 

Y양아, 정말 남자친구를 사랑한다면 상대의 어떤 행동에 화가 나더라도 상대를 비난하기전에 먼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왜 저렇게 행동할까?"라고 생각해봐야하는것 아닐까? Y양의 지금 모습은 "어쭈? 너 내가 만만해보이냐?"라며 후임병에게 시비를 거는 진상 선임병의 느낌이라는걸... Y양은 정말 못느끼고 있는걸까?

 

 

연인끼리는 가르치는게 아니라, 상대를 이해하고 설득하는거다.

남자친구에게 제대로 사과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어요... 한두번 사과하다가 더이상 어떻게 해야되냐고 하는 걸 보면 한번도 제대로 사과한적이 없는 것 같아요. 아니면 제가 적당히 하다가 풀었어야 했던걸까요...?

 

아... 정말 마지막 부분을 읽는데 정말이지 명치쪽이 콱! 하고 막히는 느낌이었다. 남자친구에게 제대로 사과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라... 그래... Y양이 무조건 옳다고 전제를 깔자. Y양의 남자친구는 연인관계를 깨뜨릴수 있는 큰 잘못을 저질러 놓고도 진심으로 미안해하지 않는 남자라고 치자.

 

전제를 이렇게 깔아도 Y양이 해야할 일은 남자친구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이유로 남자친구가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차분히 대화를 나누며 남자친구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부분은 남자친구를 설득하거나 남자친구가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할수있는 현명한 방법을 생각해내는 것이다. 

 

Y양아, 남자친구가 Y양의 맘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한다는 것에만 집착하지말고 조금 더 큰 그림을 보자. 지금 남자친구가 어때 보이나? 정말로 남자친구가 Y양을 존중하지 않고 무시하는 최악의 남자라고 보이는가? Y양의 생각이 어떻든 실제가 어떻든 지금 Y양 눈앞에는 '이별'이라는 달갑지 않은 손님이 서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지금 남자친구에게 사과하는 법을 가르칠때인가? 내가 보기엔 Y양과 남자친구간의 소통에 대한 문제를 긴급히 점검해야할때가 아닌가 싶다. 남자친구에게 존중받고 싶나? 그렇다면 스스로 자문해보자. "나는 남자친구를 나와 동등한 존재로써 존중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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