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친을 만났을때 30분 만에 일어나야 하는 이유

H양의 입장은 이해한다. 정말 어렵데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직접 만났는데 눈앞에서 전남친이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으니 어찌 위축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H양도 모르게 상대의 눈치를 보고 또 상대의 기분을 풀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보니 주눅든 태도로 어색한 이야기들을 하며 분위기는 계속해서 부정적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을 거다.

이건 H양만의 문제가 아니라 재회를 원하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의 문제다. 재회가 간절할 수록 아주 작은 기회라도 그 기회를 쥐어짜서 어떻게든 재회를 이뤄내고 싶어지다보니 나도 모르게 저자세를 취하며 관계를 더더욱 망치게 된다. 

'뱀의 뇌에게 말을 걸지마라'의 저자 마크 고울스톤(Mark Goulston)박사는 H양과 비슷한 실수를 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누군가에게서 뭔가를 얻어내려고 너무나 열심인 나머지, 상대방이 그럴 만한 정신적, 감정적 여력이 없다는 걸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중략) 만약 그런 상대의 감정을 무시한다면, 분노와 적대감, 냉담함이라는 단단한 벽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사실 H양을 만나러 나온 전남친의 심리는 매우 복잡했을 거다. H양이 보기엔 100% 약속때문에 억지로 나왔을 것 같겠지만 사실 나오기 싫었으면 차단하면 그만이다. 그러면 전남친은 왜 그자리에 나와서 똥씹은 표정을 하고 있었을까? 

아마 전남친의 마음의 구성은 대충 미안함 해소 20%, 호기심 30%, 상대적 우월감 50% 쯤이 될거다. 쉽게 말해 마지막으로 성은을 베풀겠다는 식인거다. 이러한 태도는 애초에 대화를 할 여럭도 의욕도 없다는 뜻이므로 억지로 분위기를 풀려고 노력을 해봐야 상대는 더더욱 상대적 우월감을 느끼며 고압적인 태도를 취할 뿐이다. 

그러니 이럴땐 억지로 분위기를 바꾸려고 할게 아니라 상대의 감정을 직시하고 존중해주며 30분 이내로 내가 먼저 일어나는 것이 맞다. 이때 중요한건 일어날때 "할말 없어? 그럼 됐어 나먼저 일어날게!"라며 공격적으로 대하거나 "혹시 말하기 불편하면 일찍 일어날까?"라며 상대의 눈치를 보고 상대의 비위를 맞추듯 해서는 안된다.  

이럴땐 밝고 가볍게 웃으며 "에휴~ 오늘 모모랑 즐겁게 데이트하면 기분 좋아질까 싶었는데, 모모는 좀 불편한가보다~ 그럼 오늘은 일찍 들어가자~"라고 말하는게 좋다. 

H양의 입장에서는 "어렵게 잡은 기회인데... 그렇게 그냥 일어나버려도 괜찮을까요?"하는 걱정이 들겠지만... 일단 상대가 대화할 태도가 아니라면 그건 관계를 회복할 기회가 아니다. 대화할 생각이 없는 사람을 붙잡고 내가 원하는 대답을 끌어내려고 하면 할 수록 관계는 악순환을 반복할 뿐이다. 

그리고 H양이 보기엔 H양이 먼저 일어나자고하면 다시는 또 만날 수 없을거라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앞서 말했듯 전남친이 H양을 만나기위해 나온 이유는 미안함 해소, 호기심, 상대적 우월감 때문이다. 그런데 만난지 30분도 지나지 않아 일어나게 된다면 무엇하나 제대로 충족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H양이 전남친을 비난하거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웃으며 가볍게 일어나자고 말을 한다면 전남친은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며 미안함을 느낄 수도 있고, 자신이 불편한 티를 낸것을 공감해주고 존중해준것을 배려로 느끼게 되고 상호성 법칙에 의해 자신도 배려를 해주고 싶어질 거다. 

명심해라. 상대가 대화를 할 태도가 아니라면 웃으며 30분안에 일어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