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하며 때로는 고집을 부려야하는 이유연애를 하며 때로는 고집을 부려야하는 이유

Posted at 2020. 2. 18. 09:00 | Posted in 연애 연재글/연애분석실

연애를 하며 때로는 고집을 부려야하는 이유


오늘처럼 비가 쏟아지는 날이면 내 머릿속은 종로5가 광장시장으로 가득하다. 시장 초입부터 풍겨오는 빈대떡 부치는 고소한 기름냄새와 전집앞에 늘어선 사람들, 그리고 시장안을 가득 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소리들을 떠올리며 나는 광장시장 파트너를 찾기 위해 바삐 연락을 돌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대개 반응이 시큰둥하다. 비가 와서 나가기 싫고, 멀어서 귀찮고, 사람이 너무 많을것 같아서 싫다며 손사래를 친다. 그러면 나는 비오는날 광장시장에 가서 순희네 빈대떡을 먹고 창신육회를 먹고, 마지막으로 종로3가 포장마차를 가야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이 설명에는 내 머리속에 있는 거의 모든 긍정적인 미사여구들이 총동원 되는데 사실 내 설명때문이 아니라 내가 하도 같이 가자고 매달리니까 마지못해 동참해준다는건 알고 있다. 


하지만 막상 비오는 날 특유의 꿉꿉함과 많은 인파속에 치이는 불쾌함을 감내하고 자리에 앉아 빈대떡을 앞으 두고 막걸리 뚜껑을 따고나면 그들은 내가 설파했던 비오는날 광장시장의 세계에 흠뻑 빠지기 시작한다. 


처음엔 뒤에 앉은 사람과 등을 마주대고 있어야할만큼 비좁아 불편하고, 앞에 앉은 사람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만큼 시끄럽다. 하지만 고소하고 바삭한 빈대떡을 입에 넣고 걸쭉한 막걸리를 한사발하고 나면 이곳은 어느새 어느 축제현장의 한 가운데가 된다. 


상대방이 적당히 취기가 올라오고 흥이 돋은것 같으면 빨리 창신육회로 이동해야한다고 말을 한다. 딱! 이쯤 일어나서 창신육회로 이동해야 기다리지 않고 적당한 분위기의 창신육회를 즐길 수 있다고 덧붙인다. 그러면 상대는 일리가 있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따라 창신육회로 이동을 한다. 


사실 창신육회에서는 뭐가 얼마나 맛있는지를 느끼기가 힘들다. 이미 시끌벅쩍한 순희네 빈대떡에서 기력을 소모하고 빈대떡과 막걸리로 기분좋게 취기가 오른 상태이기 때문이다. 맛을 잘 느낄 수는 없지만 육회와 소주를 마시며, 때에 따라 간천엽까지 곁들여 기분 좋은 취기를 더하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종로 3가를 향해 걷고 있다. 


처음엔 군소리 없이 따라오다가도 세운상가쯤 오면 비오는 날에 무슨 산책이냐며 불만을 토로하는데 이땐 진지한 표정으로 "쉿! 조용해봐! 야 이렇게 밤중에 빗소리를 들을 날이 얼마나 있겠냐? 그리고 조금만 더 가면 술이 좀 깰때 쯤 딱! 포차에 도착한다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 상대는 또 뭔가 말이 된다는듯 조용히 빗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렇게 도착한 종로3가 포장마차에서 꼼장어를 놓고 소주잔에 소주를 따르고 있으면 기분 좋은 여운이 감돈다. 마치 연말 콘서트에서 한껏 소리를 지르고 나온 느낌이다. (아마도 빗소리때문일거다.) 이렇게 비오는날 순희네 빈대떡, 창신육회, 종로 3가 포장마차를 거치고 나면 묘하게도 그 날의 기억이 둘만의 추억이 되는 경우가 많다. 


비오는 날의 순희네 빈대떡, 창신육회, 종로 3가 포장마차가 특별히 멋진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평범한 술자리가 추억이 될 수 있었던건 내가 별것도 아닌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고집을 피웠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따져보면 별볼일 없는 이유들도 한쪽이 확신에 가득찬 눈으로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을 하면 다른 한쪽은 자기도 모르게 별볼일 없는 것에서 대단한 이유를 찾게 된다. 


물론 매번 고집을 피우는건 곤란하겠지만 연애를 하며 추억을 만들고 싶을때는 가끔씩 고집을 피울 필요가 있다. 비오니까 광장시장, 싸웠을땐 서촌, 뭔가 새로움이 필요할땐 이태원! 이런식으로 뻔한 데이트도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하면 신기하게도 별볼일 없는 데이트가 뭔가 대단한 의미가 있는 데이트가 되고 그 날의 기억이 추억으로 남게 된다. 


어떻게 의미를 부여해야할지 모르겠다면 우선 비오는 날의 광장시장부터 시도해보자. 친한 친구를 불러 8시에 순희네 빈대떡 9시 반쯤 창신육회 11시 종로 3가 포장마차의 순으로 투어하듯 일정을 소화해보자. 그러면 내가 왜 비만오면 광장시장 파트너를 찾는지 감이오고 또 별볼일 없는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막연하게나마 느낄 수 있을테니 말이다.


재회플랜&사례집 '이번 연애는 처음이라' 책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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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재회지침서 '다시 유혹 하라'책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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