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꾸 썸이 흐지부지되는 걸까?왜 자꾸 썸이 흐지부지되는 걸까?

Posted at 2018. 1. 22. 09:01 | Posted in 연애 연재글/연애루저클리닉

왜 자꾸 썸이 흐지부지되는 걸까?

우리는 타인에게 신뢰 받고 싶어하면서도 내가 먼저 신뢰를 하지는 못한다. 혹시나 배신하면 어쩌지? 아니면 내 생각과 다르면 어쩌지? 날 쉽게보면 어쩌지? 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불안해하고 내 마음과는 다른 행동들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상대가 나와 생각이 똑같다는 혹은 내가 상대를 신뢰하는 것보다 더 나를 신뢰한다는 확신이 들어야만 상대를 신뢰하고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문제는 상대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다. 둘중에 한명이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감정을 보이며 상대를 신뢰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관계는 흐지부지해질 수밖에 없다.



저는 올해 32살의 여자인데요. 얼마전에 친구의 직장 후배라는 30살 남자분을 소개 받았어요. 첫만남에서 인상도 나쁘지 않았고 대화도 잘 통해서 화기애애하게 잘 보냈어요. 나중에 들으니 그쪽에서 마음에 든다고 했다 더라고요. 그날 그렇게 잘 만나고 들어간 다음 주말에 또 보기로 했는데 주중에 따로 연락이 없더라고요. 연락을 잘 안하는 사람인가 싶다가도 조금 마음이 그랬어요. 그러다 금요일에 연락이 와서 구체적인 약속을 잡더라고요. 카톡을 몇번 주고 받다가 제가 잠깐 다른일 하느라 답을 좀 늦게 했는데 답이 없길래 자나 했어요. 

그리고 만난 당일 조금 피곤해 보인긴 했지만 즐겁게 데이트를 했어요. 그리고 헤어졌는데 먼저 잘들어갔냐고 연락이 와서 몇 마디 이야기를 하다가 자기가 오늘 좀 피곤해보여서 민망하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괜찮다고 푹 쉬라고 이야길 해줬고요. 그 톡에는 또 답이 없고 다음날이 되어서야 피곤했다고 연락이 오더라고요.

만약 저라면 피곤해서 먼저 잔다고 했을것 같은데... 혹시 별로인데 주선자때문에 억지로 만나고 연락을 하고 있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제가 카톡보고 그냥 제가 먼저 씹었네요. 상대가 곤란한걸 수도 있으니까요... 괜히 또 보냈다가 연락이 없거나 늦으면 상처받을것 같기도 하고... 바로님이 보시기엔 이분의 마음이 어떤것 같나요? 물론.. 답은 제가 제일 잘 알지만... 하... 저는 마음에 들었는데... 좀 아쉽네요...

- N양


분명 첫 만남땐 뭔가 통한것 같았는데 뭔가 자꾸 어긋나고, 처음 느낌과 다르게 진행이 되는듯 하다가 결국에는 흐지부지 되어버리는 썸... 대체 뭐가 문제일까? 역시 상대가 날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던걸까? 


자꾸만 어긋나고 흐지부지해 지는 썸을 이해하려면 우리의 본능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말로는 "에~ 내가 뭘~ 그냥 뭐 평범하지~"라고 말을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나 자신이 특별하고 매우 가치가 높은 존재라고 여긴다. 문제는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봐줬으면 좋겠는데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에 쉽게 마음의 문을 열수가 없는거다. 


상대에게 호감을 느꼈으면 "XX씨랑 있으니까 재미있고 좋네요! 다음에 또 데이트 하고 싶어요~"라고 담백하게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 하면 되지만 "혹시 나만 좋아하는건가?", "나를 쉽게 생각하면 어쩌지?", "이상하게 보려나?" 따위의 생각들을 하며 호감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그러면서 온신경을 상대에게 집중하며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아내려고 하면서 자신의 감정은 더더욱 숨기려 한다.


N양의 경우를 보자. 즐겁게 데이트를 하고 나서 가장먼저 한것은 "왜 평일에 연락을 안하지?"다. 연락을 하고 싶으면 기다릴게 아니라 먼저 연락을 할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면 그냥 연락없나보다 하면 될 일을 왜 연락이 없는지 궁금해 하고 기다린다. 


차라리 마냥 기다리고 궁금해하면 되는데 문제는 이때 마음속에서 "혹시 지금 내가 무시당하는건가?"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자리하기 시작하며 더더욱 호감이나 관심을 감추려고 하게 된다.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반대로 생각해보자. 소개팅남의 입장에서 N양의 행동은 어떨까? 첫만남에서 괜찮은 인상은 있었지만 N양이 자신에게 강력하게 호감을 표현하지는 않았다. 나는 나쁘지 않고 괜찮긴 한데 나와의 다음 데이트를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 알 길이 없다. 


그러니 다음날 연락을 할까 싶다가도 괜히 오바하는건가 싶은 마음에 연락을 하지 않고 금요일에 약속을 구체화할것을 핑계로 '먼저'(중요) 연락했다. 약속을 핑계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답이 없다. "아... 내가 재미없나? 내가 오바했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뭐지? 나 무시하나?"하는 생각이 든다. 이후 불필요한 말은 삼가하기로 하고 대화를 종료한다. 


다음 데이트때 막상 만나니 좋긴한데 이전의 연락이 좀 거슬리기도 하고, 반응도 뭔가 시원찮아 보인다. 피곤 하기도 하지만 속으로 "아... 날 그렇게 마음에 들어하는건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이왕 나왔으니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집에 돌아가 안부를 묻고, 피곤해 보인것에 대해 사과를 하다 잠이 든다. 어제 카톡에 답을 했더니 답이 없다. "아... 역시 별로였나보네..."


100% 똑같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아마 이와 비슷한 진행이었을 거다. 뭔가 익숙한 느낌이지 않은가? 그래 N양의 감정진행과 동일하다. 결국 N양과 소개팅남은 서로 포커페이스만 유지하다 분위기를 흐지부지 만든거다. 


썸은 노래방 같은거다. 한창 댄스장르로 달리고 있는데 누구 한명이 좀 멋있어 보이고 싶다고 발라드를 부르기 시작하면 분위기는 축쳐지고 노래에 자신없는 사람은 딴짓을 하기 시작하는거다. 첫만남에 분명 느낌이 있었다면 그건 상대가 확실한 신호를 보내기 전까지는 그 분위기를 유지해도 괜찮다는거다. 


N양의 경우만 보자, 이런 상황에서 N양이든 소개팅남이든 먼저 포커페이스를 벗어던지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호감을 표현했다면 분명 결과는 달랐을거다. 그럼 이제라도 다시 해보면 될까? 물론 N양이 소개팅남에게 마음이 있다면 다시 해봐야하겠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을거다. 이미 서로 포커페이스를 겨루며 분위기를 흐지부지하게 만들었으니 그 분위기를 다시 살리기란 쉽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러니까 한창 댄스장르로 달리고 있을땐 발라드 선곡 자제좀 해라.)


자 이제 침대위에 가좌부를 틀고 앉아 명상에 빠져봐라. 그리고 고민해보자. "좀 우습게 보여도 분위기를 살려볼지 아니면 될지 않될지 모르니 계속 가오나 잡고 있을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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