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남자들은 당신과 얘길하는걸 재미없어할까?왜 남자들은 당신과 얘길하는걸 재미없어할까?

Posted at 2015. 10. 22. 04:41 | Posted in 연애 연재글/연애루저클리닉

왜 남자들은 당신과 얘길하는걸 재미없어할까?

파티 중간 중간 여자게스트들에게 붙들려 상담머신이 되어 보다보면, 가끔 "이 사람은 대체 어떻게 남자를 꼬시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드는 여자들이 꽤 있다. 오해하진 마시라! 외모를 보고 말하는건 아니다. 내가 그런말을 할 처지가 못된다는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내가 볼때 솔로탈출이 어렵다고 느끼는 대부분의 여자들은 외모의 기준이 아닌 대화를 해봤을때 즐거운지에 대한 기준이다.

 

어떤 사람은 한시간이 넘도록 목이 터져라 상담을 해줘도 지치긴 커녕 오히려 즐겁기까지 한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1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가만히 듣고있기가 힘든 경우도 있다. 처음엔 외모의 차이일까...? 했지만 3년 여간 파티를 하며 많은 여자와 이야기를 해봤지만 외모의 차이는 분명 아니었다. 대체 그 차이가 뭘까? 궁금하던 차에 몇 해전 파티에서 궁금증이 풀렸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띌수밖에 없는 가슴부분이 좀 파인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왔던 그녀는 솔직히 내 스타일이었다. 옷 스타일도 그랬지만 외모 또한... 음... 디테일한 설명을 하면 끝이 없으니... 하여간 분명 그녀는 내 스타일이었고 또 대부분 남자들이 좋아할만한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대화를 시작하고 10분이 지날쯤 나는 엉덩이를 들썩이고 있었다.

 

한참 대여섯명의 여자들과 함께 연애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상황에서 "바로님이시죠?"라는 말과 함께 난입한 그녀는 다짜고짜 자기 이야기를 시작했다. 답답한 원칙주의자인 나는 다른 사람들과 먼저 얘길 하고 있으니 조금 기다리라고 했고, 그녀는 시종일관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며 다른 사람과의 대화가 끝나길 기다렸다.

 

그리고 그녀의 차례가 시작되자 그녀는 자신의 연애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한참을 들으며 나는 그녀가 나를 만나서 상담할것을 염두해 두고 전날 자신의 연애에 대해 보고서로 작성한다음 파티에 오는길에 토씨하나 빠뜨리지 않고 암기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처음 만났을때 남자친구가 무엇을 입었는지, 첫 만남에 어느 지역 어느 술집에갔다가 그 다음에는 어딜갔는지, 첫 선물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남자친구의 가족들이 어떤 사람들이지 등등... 다른 사람들 그리고 나는 관심도 없는 얘기를 쉼없이 이야기했다. (심지어 그녀의 상담주제는 재회였다! 재회 상담을 하면서 첫 데이트때 어느 술집에서 무엇을 시켰는지를 왜!?)

 

중간 중간 내가 다른 곳을 바라보고, 눈을 감고 인상을 찌뿌려도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연애 이야기를 A부터 Z까지 하나하나 설명했다. (심지어 중간 중간 아! 이거 빼먹었다! 하면서 불필요한 설명을 늘어놓기까지!) 내가 일부러 하품을 하는 시늉을 했더니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바로님 피곤하세요? 커피한잔 사다드릴까요?" 

 

대화라는건 화가나서 혹은 심심해서 물건을 아무데나 집어 던지는것이 아니라 캐치볼처럼 서로 주고 받는 것이다. 캐치볼이 무엇인가? 얼록달록 예쁜 공을 상대에게 던지고 또 상대가 던진 공을 내가 잡아야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상대방이 잘 받을수 있도록 던져야 하고, 내가 던진공을 상대방이 잘 받는지를 확인해야한다. 쉽게말해 대화를 하려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서 상대방의 태도를 관찰해야한다는 거다.

 

내가 신나서 얘기를 하지만 상대가 딴청을 피우면 그건 상대방이 매너가 없는것이 아니라 내가 재미없는 혹은 상대는 관심없어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거다. (물론 근본적으로 내가 마음에 안들어서 일 수도 있겠지만;) 이럴때에는 화제를 전환하거나 이야기의 디테일한 부분들을 생략해가며 이야기의 진행을 빨리할 필요가 있다.

 

예를들어 상대방과 여행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해보자. 나의 경우 에쿠니 가오리의 '도쿄타워'에 푹 빠져서 일본에 갔던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인데, 일단 내가 일본에 가게된 이유에 대해 에쿠니 가오리의 '도쿄타워'때문이었다는 이야기를 꺼냈을때 상대방이 "어? 에쿠니 가오리 좋아하세요!?" 혹은 "무슨 내용의 책이에요?"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면 일단은 책이야기를 주욱~ 한다. 만약 상대가 "에쿠니 가오리가 뭐야... 일본 아이돌인가?"하는 느낌이면 "뭐 하여간 그런 책이 있어요~"하고 여행이야기로 넘어간다.

 

이런식으로 어떤 이야기를 할때 상대가 관심있어 하는 부분은 디테일하게 이야기하고 관심 없어 하는 부분은 대강 이야기하고 넘어가며 대화의 완급조절을 하는데, 같이 이야기하기 힘든 사람들은 항상 상대방을 관찰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구구단 외우듯이 (정말로!) 줄줄 읊는다.

 

지루한 이야기를 늘어 놓는것은 그마나 참을만하다. 이러한 스타일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기 주장이 너무 강해서 상대방이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이야기를 하면 이미 했던 이야기를 되풀이한다는 건데... 이럴때 정말 "이럴거면 왜 대화를 하는거야?"하는 생각이 들수 밖에 없다.

 

명심하자.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건 나에게 중요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상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재미있어 하는 이야기라는 것을 말이다. 그러니 이야기를 하며 눈으론 상대방의 계속 관찰해라. 당신에게 집중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야기를 재미있어 하는지, 당신의 이야기중에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를 말이다. (그나저나 참... 내 스타일이었는데 말이지... 빨간 원피스... 좀 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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