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하는게 좋을까? 안하는게 좋을까?결혼, 하는게 좋을까? 안하는게 좋을까?

Posted at 2020. 7. 20. 08:00 | Posted in 연애 연재글/연애루저클리닉

결혼, 하는게 좋을까? 안하는게 좋을까?


바로님, 요즘 저는 결혼에 대한 생각이 많아요. 어릴땐 무조건 결혼을 해야한다고 생각을 했는데 조금씩 결혼이 과연 행복할까 싶어요. 주변 지인들을 봐도 시댁과의 갈등, 남편과의 갈등은 기본이고 커리어를 쌓는데에도 트러블이 많더라고요. 결혼을 절대 안하겠다는 아니지만... 요즘은 결혼보다는 비혼에 더 관심이 가네요. 바로님은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L양


나도 L양처럼 생각을 했었다. 소싯적엔 25살에 대학을 졸업하자 마자 결혼을 할것이라 다짐했었다. 물론 그땐 내가 재수를 하게 되고 군대를 다녀와야한다는 것도 생각하지 못할만큼 생각이 짧았지만 그래도 결혼에 대한 믿음과 각오만큼은 가장 활활 불탈때였다. 


그러다 자연히 이렇게 결혼을 하게되는구나 싶었던 그녀와 이별을 하고 나서 조금씩 결혼을 해야할 이유보다는 결혼을 하지 말아야할 이유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현실적인 문제, 둘이기에 어쩔 수 없는 구속, 남편과 아버지로써 마땅히 짊어져야할 책임감 등등이 등에 식은땀이 날 정도로 부담스럽고 두려웠다.


그렇다고 비혼의 삶이 마냥 좋아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끝모를 공허함, 동정어린 타인의 시선, 동반자가 없는 은퇴후의 삶, 등등 무엇하나 만만한 것이 없었다. 그러다 연애로 고민하는 내담자들에게 답답하다는듯 해줬던 조언이 떠올랐다. "뭘 그렇게 고민을 해요~ 뭘 선택하든 결국은 절반의 행복과 절반의 불행이죠. 뭐가 더 행복할지 따지지말고 뭐든 선택하고 그 선택 최선이었다고 생각해요!"


결혼을 하는게 나을까? 아니면 하지 않는게 나을까? 이 물음에 대한 나의 주관적 견해는 이렇다. "객관적으로 결혼을 하나 하지 않나 느끼는 행복과 불행의 총량은 똑같아요. 다만 우리는 끊임없이 내가 선택하지 않은 선택지에 대해 미련을 갖고 괴로워하겠죠"


다만 결혼을 할것이냐 말것이냐를 결정해야한다면 나는 되도록이면 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결혼을 하는것이 하지 않는것보다 조금이라도 행복하기 때문이 아니다. 


아들러는 인생의 과제로 '일의 과제', '교우의 과제', '사랑의 과제'를 꼽았다. 물론 사랑의 과제라는 것이 꼭 결혼을 해야한다는 뜻은 아니겠지만 한 사람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그로인해 발생하는 여러가지 일들을 감당하고 해결해나가는 것은 분명 노력해볼만한 일이다. 


또한 최근 아주 기괴한 꿈을 꿨는데 그 꿈의 내용은 이렇다. 꿈을 꾸고 있다라는 자각은 있는데 눈앞은 계속 온통 새까맣다. 그렇게 한동안 새까만 어딘가를 부유하다가 눈앞이 조금씩 밝아졌는데 그곳은 깊은 바닷속이었다. 그때 내가 무엇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이름모를 고대 어류였던것 같다. 

그 때부터 갑자기 시간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흘러가기 시작한다. 여러 죽을 고비를 넘기다보니 손과 발이 생기고 갑자기 정글에서 나무를 타고, 창을 이용해 사냥을 하고, 밭을 갈고, 쇠스랑을 치켜들고 농민봉기에 가담하고, 총탄이 빗발치는 참호속에서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된 상태로 패닉에 빠지고, 담배연기 자욱한 회사에 다니고 그러다 나는 본적없는, 나의 출산 장면으로 기괴한 꿈은 끝이 난다.


침대 시트가 흠뻑 젖은 채로 잠에서 깬 나는 어이없게도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꿈속의 모습들이 내 DNA에 세겨진 여러 기억들의 파편이었다고 믿는것은 당연히 아니다. 하지만 어떤 거대한 생의 고리끝에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며 내가 어떤 특별한 계획과 생각이 있지 않다면 그 거대한 생의 고리를 이어가는게 마땅한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기괴한 이유를 통해 나는 절반의 행복과 절반의 불행인 결혼을 되도록이면 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선택했다. 물론 노력을 한다고 다 이룰수 있는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내버려두지도, 잘 되지 않는 것에 조급해하고 불안해하지도 않을 생각이다. 


한마디로 정리를 하자면 "되도록이면 결혼을 할 수 있도록 내 나름의 노력을 꾸준히 하되, 어떤 결과든 결과를 겸험히 받아들여야겠다." 쯤 될것 같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런 나의 생각이 옳다거나, L양도 이래야한다는건 아니다. 다만 L양이 결혼에 대한 고민을 할때 어느 쪽이 더 행복할까? 라는 고민은 이미 '해도 후회 하지 않아도 후회'라는 진리에 도달했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그러니 결혼에 대한 고민을 할때 '어느 쪽이 더 행복할까?' 라는 행복의 관점이 아닌 다른 여러 관점들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면 다소 남들이 보기엔 기괴하더라도 뭔가 명쾌한 자신만의 논리와 기준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재회플랜&사례집 '이번 연애는 처음이라' 책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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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재회지침서 '다시 유혹 하라'책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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