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피우는 남자를 포기 못한다는건 미련한 일일까바람피우는 남자를 포기 못한다는건 미련한 일일까

Posted at 2020. 2. 24. 09:30 | Posted in 연애 연재글/연애분석실

바람피우는 남자를 포기 못한다는건 미련한 일일까


원래 어머니 대성집은 선지해장국으로 유명하다. 24시간 푹 우려낸 사골육수에 푹삶아져 통조림 참치처럼 보이는 양지살과 콩나물과 우거지, 그리고 고소하고 담백한 선지는 해장을 하러 왔다가 다시 소주를 들이붓게 되는 마력이 있다. 


하지만 내가 어머니 대성집을 찾아 아무런 연고도 없는 용두동까지 오게된건 선지해장국이 아니라 '등골' 때문이다.  처음 듣는 사람은 등골? 그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등골'은 말 그대로 '등골'이다. 소의 등골을 생으로 먹는 것인데 주로 기름장을 찍어 먹는다고 한다. 


처음 술자리에서 어머니 대성집의 등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때 다른 사람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런걸 왜 먹냐고 질색했지만 탐식가이자 괴식가인 나는 눈을 반짝이며 어머니 대성집의 주소를 물었다. 


그렇게 해서 아무 연고도 없는 용두동 어머니 대성집에 오게 됐다. 내게 등골을 소개한 녀석은 내게 물었다. "야, 정말 등골 먹을거야? 그거 아무맛도 안나고 비싸긴만해~ 뭐하러 먹으려고 그래!" 


하지만 내 머릿속은 온동 "소 등골은 대체 무슨 맛일까?" 라는 생각으로 가득했고 결국 소의 등골은 내 입으로 들어왔다. 맛은... 뭐랄까... 등골이 그냥 등골인것처럼 등골의 맛은 말 그대로 무맛,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리 혀에 온 신경을 집중해도 느껴지는건 차갑다, 부드럽다, 좀 비릿하다? 정도다. 


등골의 맛은 놀라울정도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문제는 내가 입에 넣고 씹고 있는게 소의 '생' 등골이라는 사실이 자꾸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는 거다. 남들이 말리는걸 억지를 써가며 먹겠다고 한 사람이 할 소리는 아니지만 확실히 소의 '생' 등골을 먹는다는건 유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난 티를 내지 않고 열심히 먹었다. 아무것도 찍지 않고 먹어도 보고, 남들처럼 기름장에 찍어먹기도 하고, 선지 해장국에 넣어 먹어도 보고 심지어 무생채에 싸서도 먹어봤다. 하지만 어떻게 먹어봐도 소의 등골을 생으로 먹는다는 불편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한참을 소의 등골을 생으로 먹는 다는 사실을 이겨?내려고 끙끙거리고 있는 나를 안쓰럽게 보던 녀석이 더이상은 못보겠는지 내게 말했다. "야... 그만 먹어... 입맛에 맞지도 않으면서 뭘 그렇게 억지로 먹냐?"


그래... 솔직히 입맛에 맞지 않는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지가 않았다. 한접시에 3만 5천원 짜리 등골이 아까워서가 아니다. 남들은 별미라며 껄껄웃으며 먹는데 입맛에 맞지않는다며 젓가락을 내려놓는건 뭔가 지는것 같아 싫었다. 


어떻게든 무슨 수를 쓰든 소의 '생' 등골을 먹는다는것에 대한 불편함을 이겨내고 싶었다. 그리고 조금만 더 억지를 부려보면 어떻게든 이 불편함을 합리화하며 소의 생 등골을 즐길 수만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결국엔 절반도 못먹고 포기했다. 남들은 어떨지 몰라도 소의 '생' 등골을 즐겁게 먹는다는건 확실히 내겐 불가능한 일이었다.


입맛에 맞지 않는 소의 생 등골을 억지를 써가며 어떻게든 먹으려고 하는 내 모습이 안쓰럽고 미련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처럼 다른 사람이 보기엔 안쓰럽고 미련해보이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바람을 피우는 남자를 놓지 못하는 여자들이 대표적이다. 주변 지인들은 뭐하러 그런 남자를 만나냐고 답답해하며 말리지만 그녀들은 지인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 자신을 좀 더 매력적으로 가꾸면, 상대의 취향에 좀 더 맞추면, 이번만 잘 넘기면! 하여간 이런저런 노력을 하면 문제를 해결하고 아무일 없었다는듯 본인이 꿈꾸는 행복하고 안정적인 연애를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혹시 오해가 있을지 몰라 미리 말하지만 나는 바람을 피우는 남자를 놓지 못하는 여자를 안타깝거나 미련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소주 안주로 소의 생 등골을 즐기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연애도 각자 취향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에 따라 폴리아모리 즉 다자연애를 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 것이고, 지금은 좀 괴롭지만 그것이 다자연애를 받아들이는 과정일 수 도 있으니 말이다. 


상대가 바람을 피웠을때 냉정한 판단 끝에 쌍욕을 하며 헤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가지 가능성들을 생각하며 이런 저런 노력을 해본다는게 꼭 미련한 행동일까? 적어도 내눈에는 미련하다기 보다는 나름의 의미가 있는 노력으로 보인다. 


다만, 내가 소의 생 등골을 앞에 두고 지지고 볶다가 결국 인정을 하고 젓가락을 내려 놓았던것처럼 바람을 피우는 남자친구에 대해 이렇게 합리화를 해보고, 저렇게 노력을 해보고, 마지막으로 억지로 맞춰보려고도 했는데 그래도 본인의 취향에 맞지 않아 불편하고 괴롭다면 그땐 내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걸 인정하고 쓴웃음을 지으며 뒤로 물러나면 된다. 


객관적으로 누구에게 잘못이 있는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따질 필요없다. 주변 사람들이 말려도 내 입에 소의 생 등골이 맛있게 느껴지고 즐길 수 있으면 그대로 좋은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소의 생 등골의 잘못이 아니라 그저 내 입에 맞지 않을 뿐인거다. (내 입맛이 까다롭다고 그게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안주든, 연애든 결국 중요한건 내가 그것을 온전히 즐길수 있느냐 없느냐 일뿐이다.


재회플랜&사례집 '이번 연애는 처음이라' 책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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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재회지침서 '다시 유혹 하라'책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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