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하며 타이밍을 놓치는 이유연애를 하며 타이밍을 놓치는 이유

Posted at 2020. 2. 22. 09:30 | Posted in 연애 연재글/연애분석실

연애를 하며 타이밍을 놓치는 이유


매주 화요일, 국방FM라디오 방송이 있는 날이면 나는 아침부터 설레기 시작했다.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다는 것도 설레는 일이지만 무엇보다 날 설레게 하는건 라디오 방송을 마치고 나서 느긋하게 인생만두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숙대입구역 3번출구에서 용산고등학교 방면으로 50미터쯤 걸으면 나의 인생만두집 구복만두가 있다. 구복만두로 말할것 같으면 각종 맛집프로에 소개된 것은 물론이며 미쉐린가이드에도 소개된 명실상부 레전드 만두맛집이다. 


모든 만두가 맛이 있어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만두는 조금씩 갈리지만 개인적으로 나의 원픽은 샤오롱바오다. (갑각류 알러지만 없었어도 새우만두를 꼽았을텐데...) 야들야들한 만두피를 젓가락으로 조심스레 찢어 한김을 날리고 조금 뜨겁다 싶을때 소주를 원샷하듯 만두와 육즙을 동시에 입안으로 밀어 넣는데 마치 입안에 뜨거운 육즙으로 코팅을 하는 기분이다. 


물론 입안은 뜨거운 만두와 육즙으로 데이기 직전이지만 왠지 그렇게해서 먹지 않으면 샤오롱바오의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것 같은 기분이 들어 매번 후회하면서도 그렇게 먹는다. 


하여간 구복만두에 대한 나의 애정은 단순한 애정을 넘어 기괴한 수준이었는데 지인들에게 구복만두 찬양을 늘어놓으며 "진짜 다 때려치우고 여기 가서 만두나 전수 받을까!?"라는 농담을 할정도 였다. 소름끼치는 사실은 저때 했던 말이 그저 농담은 아니었다는거다. 당시 삶에 권태를 느끼고 있었고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다는 정체모를 감정에 젖어있을때라 가끔씩 만두를 계산할며 "혹시 사람 안구해요?"라는 말이 입안에 맴돌기까지도 했다. 


그러던 어느 화요일 그날도 어김없이 방송을 마치고 구복만두 뒷편에 주차를 하고 구복만두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가게 외부에 붙은 작은 안내문이 나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구복만두 전수자 구함 010-XXXX-XXXX'


말그대로 번개를 맞은 듯한 기분으로 만두를 먹고나와 미친듯이 주변 지인들에게 황당한 고민을 털어 놓았다. "구복만두에서 전수자 구한데! 나 진짜 다 때려치우고 만두 배울까!?" 처음 지인들은 웃으며 해보라고 잘될거라고 말을 하다가 내 눈빛이 정상이 아님을 알아채고 미쳤냐며 말리기 시작했다. 


생전 요리를 배워본적도 없고 라면도 제대로 못 끓이는 똥손 주제에 무슨 만두를 전수받냐며 괜히 남의 가게에 민폐나 끼치지 말고 하던거나 열심히 하라는 팩폭에 결국 나는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고 가로수길에서 친구와 잘나가는 바베큐집을 운영하는 녀석과 술잔을 비워내며 구복만두 전수자의 꿈에 대한 미련을 하소연했다. 그러자 그 녀석은 왜 그런 기회를 잡지 않았냐며 나를 책망했고 흥분한 나는 그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석을 끌고 구복만두로 달려갔지만 역시나 전수자를 구한다는 안내문은 이미 사라진채였다. 


근처 실내포장마차에서 그 녀석에게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기회를 잡는다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일장 연설을 들으며 이번 기회를 놓친것에 대해 꾸지람을 들었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기회를 놓쳤다는게 크게 아깝지가 않았다. 


따지고 보면 내가 그 기회를 놓친건 내가 용기가 없어서라기 보다는 내가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리를 정식으로 배우지는 않았더라도 라면도 못끓이는 똥손이라도 평소 요식업에 관심을 두고 알아보려는 노력이라도 하고 있었다면 나는 전수자를 구한다는 안내문을 보자마자 미친사람처럼 달려가서 전수자로 받아달라고 말을 했을 거다.


하지만 무엇하나 준비를 해둔게 없으니 나는 기회를 두고도 망설일 수 밖에 없었고 자연히 기회를 놓칠 수 밖에 없었던거다. 설령 미친척 용기를 내서 그 기회를 잡았다고 해도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잡은 기회는 높은 확률로 좋지 못한 결과를 맞았을 것이고 말이다. 


연애를 하며 어떤 기회를 놓치고 후회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그때 좀 더 노력해볼걸...", "만약 그때 내가 걔랑 결혼을 했었더라면...", "그 타이밍에 고백을 했었어야 했는데..." 라면서 기회를 놓친것을 안타까워한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을 해준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후회스럽겠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그때, 그 순간에는 그게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 거예요. 우리는 매순간 나름의 최선의 선택을 하며 살아가니까요."


단지 기회를 놓쳤으면 쿨하게 포기하라는게 아니다. 기회를 놓친것을 안타까워만 하면서 후회만 할게 아니라 내가 어떤 준비가 부족했는지에 대해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는거다. 


평소 타인을 좀 더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면 중요한 순간에 감정적으로 행동하며 망치지 않았을 것이고, 현실적인 결혼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었다면 소울메이트를 허망하게 놓치지도 않았을 것이며, 연애에 대해 심플하게 생각하며 여유를 가졌다면 고백의 타이밍을 일찌감치 캐치할 수 있었을거다. 


타이밍이라는건 중요한 기회를 잡지못해 놓치는게 아니라 그 타이밍이 오기까지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에 놓치게 되는거다. 그러니 달리생각해보면 타이밍을 놓쳤다는건 기회를 놓친게 아니라 내가 그동안 준비하지 못한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니 앞으로는 연애에 있어서 타이밍을 놓쳤을때 그 기회를 놓친게 얼마나 후회스러운지를 곱씹기 보다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생각해보자. 그런 의미있는 반성들이 모여 발전이 되는 것이고 당신의 발전에 따라 놓친 기회가 다시 오기도 하니 말이다.


재회플랜&사례집 '이번 연애는 처음이라' 책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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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재회지침서 '다시 유혹 하라'책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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