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에는 정석이 없다연애에는 정석이 없다

Posted at 2019. 4. 1. 17:37 | Posted in 연애 연재글/연애분석실

연애에는 정석이 없다

이번에 베트남 여행을 가서 친구에게 제일 처음 배운 베트남어는 '다'인데, 얼음을 뜻한다. 이녀석이 일본에서 오래 유학생활을 할때에도 맥주엔 각얼음 하나정도 넣어먹는게 더 맛있다더니 베트남에 와서는 무슨 아이스 아메리카노 먹듯이 맥주잔에 얼음을 한가득 채워 마시는게 아닌가!?

 

가뜩이나 내 입맛엔 베트남 맥주가 싱거웠는데 거기에 얼음까지 한가득 넣으니 이게 맥주인지 보리차인지 헷갈릴정도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니 얼음 없이는 맥주를 마실수가 없는 몸이 되어버리는게 아닌가!? (더 놀라운건 돌아와 생각해보니 7박 8일 동안의 여행중 물을 마신기억이 없...)

 

처음엔 밍밍하기만 했던 얼음넣은 맥주가 베트남의 덥고 습한 기후와 콜라보가 되니 그렇게나 가볍고 청량할 수가 없다! 물론 맥주 보다는 보리음료에 가까운 느낌은 여전하지만, 덕분에 물마시듯 마실 수 있어 앉은 자리에서 각 3병씩은 기본이다. 그러다보니 이곳 저곳 옮겨다니며 먹고 마시다보면 어느새 기분 좋게 취해버리는데 이 맛은 화끈하게 7대 3 소맥으로 달리는 서울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느낌이었다. 

 

7박 8일간 얼음 잔뜩 들어간 맥주에 길들여진 나는 한국에가면 제빙기를 사서 매일 밤마다 맥주에 얼음을 잔뜩 넣어야겠다 다짐했다. 하지만 한국에 도착하고나니 내 머릿속에서 얼음은 사라졌다. 제빙기를 놓을 자리도 마땅치 않고, 그렇다고 얼음을 얼리긴 귀찮고, 좀 더 시원한 맥주를 먹자고 얼음을 넣어 밍밍하게 먹어야할 필요성도 못느꼈다. 

 

결국 뭐든 딱! 이렇게 해야한다는건 없는거다. 맥주에 밍밍하게 왜 얼음을 넣느냐고 고집을 피울 필요도 없고, 맥주를 좀 더 청량하게 마시기 위해서 꼭 얼음이 필요하다고 고집을 피울 필요도 없다.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면 그만이다. 

 

그런면에서 요즘 연애에 대한 글이나 그 글에 달리는 댓글들을 보면 조금 불편할때가 있다. 나와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불편한게 아니라 "연애는 이래야한다!"라고 정해놓고 그 기준에 미달하면 모두 잘못된 것으로 취급을 해버리기 때문이다. "헤어졌으면 연락하면 안된다!", "애매한 관계는 안된다!", "연락이 줄어들면 사랑하지 않는거다!" 등의 주장들을 듣고 있으면 당사자도 아닌데 미간에 주름이 잡히고 입술에 힘이들어가며 나도 모르게 완고한 사람이 되는 기분이 든다. 

 

맥주를 마시는데에 정석이 없는것처럼 연애를 하는데에도 정석은 없는거다. 소주의 비율이든, 얼음의 첨가 여부든 맥주를 마실때 지금 내가 어떻게 마셔야 이 상황에서 좀 더 맛깔지게 마실수 있을까에 집중해야하는 것처럼, 연애또한 상대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 선 안에서 내가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 방법이 조금 일반적이지 않다고 해서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고, 남들이 말하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한다고 꼭 항상 좋은 결과만 있는 것도 아니며 일반적이지 않은 선택을 해서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다면 다음엔 다른 방법으로 하면 그만이다. 행복한 연애를 하는 방법은 정석에 나를 끼워 맞추는게 아니라 적당히 유연한 사고방식을 갖는것에 가까울것 같은데... 뭐... 이 또한 각자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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