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는 결국 불만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다.연애는 결국 불만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다.

Posted at 2018. 5. 2. 09:17 | Posted in 연애 연재글/연애분석실

연애는 결국 불만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다.

내가 참치회를 처음 먹었던건 아마도... 소싯적 결혼식장에서였던것 같다. 당시만해도 참치회란 미스터 초밥왕에서 미식가들이 한입 베어물면 황홀경에 빠지는 환상속의 음식이었는데 그런 귀한 음식을 결혼식장에서 만나다니! 접시에 산처럼 참치회를 쌓아 올렸지만... 맛은... 이게뭐야... 였다.


맛을 느끼기보다 꽝꽝언 참치회에 혓바닥이 달라붙어 고생을 하고, 아무맛도 느껴지지 않는, 마치 연두부를 얇게 얼려놓은 것만 같은 그것을 당시의 나는 미스터초밥왕에서 쇼타가 만든 참치 대뱃살 초밥을 상상하며 눈을 감고 음미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그때 그건 기름치였을걸?)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치회 만큼이나 온도가 중요한 음식도 없는듯하다. 똑같은 참치도 해동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맛이 전혀 다르게 느껴지고 심지어 잘 해동된 참치라도 지인과 소주를 주고 받으며 수다를 떠느라 타이밍을 놓치면 맛있던 참치가 갑자기 흐물텅하고 비릿해져버린다. (아주 좋은 참치를 못먹어봐서 그런걸지도...)


그래서 참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나름의 해동정도와 해동하는 방법이 있기 마련인데 한 연예인은 참치를 자신의 손등에 올려놓고 해동을 한다는 이야길 들었는데... (하... 뭐...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나의 경우라면 참치 애호가의 경지는 아닌지라 해동하는 방법은 없지만 선호하는 해동정도는 있다. 나는 이것을 평양냉면 육수정도의 온도라고 표현하는데 살얼음이 있을랑 말랑한 육수의 온도쯤?이다. 입에 넣으면 상쾌해지는 시원함이지만 씹기 시작하면 차갑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 


(그렇게 한참을 참치를 먹다보면 참치가 흐물텅해지고 비릿해지는 때가 오는데 그건 내가 취하기 시작해서 먹는 속도가 느려졌다는 신호이자 이정도면 됐다는 실장님의 신호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 신기하다. 분명 똑같은 참치인데 온도에 따라 맛이 이렇게 극과 극으로 달라질 수 있다니! 고작 참치도 온도에 따라 이렇게 다른데 연애는 또 어떠한가? 그래서 나는 뭔가 불만을 말할일이 있으면 그 말의 온도에 적잖이 신경을 쓴다.


솔직한 심정으론 최대한 쌀쌀맞게 말을 해서 상대가 나의 차가운 온도에 깜짝 놀라 당황하게 만들고도 싶지만 그러다 자칫 혀를 다칠?수도 있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에잉~ 왜그래엥~ 나 서운해에~~"라고만 말하기엔 내 속도 속이지만 상대 입장에서도 화를 낼만한 상황에서 억지로 애교를 짜내는 내 모습이 다소 불편할것만 같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건 부드러운 차가움이다. 상대가 나를 비난하거나 혹은 내 신경을 건드리는 말을 해놓고도 멀뚱멀뚱 아무것도 몰라하고 있으면 나는 상대를 지그시 바라보며 입을 앙! 다물고 눈썹은 살짝 씰룩거리며 "그렇게 말하면~ 내가 대화를 하기가 어렵지~ 나는 그런마음이 아닌데..."하고 이야길 한다. (이왕이면 손을 맞잡으면 더 좋다.) 


물론 이렇게 얘기한다고 바로 상대가 내맘을 알아주고 트러블이 멈추는건 아니다. 하지만 상대가 흥분을 하든, 논리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늘어놓든 부드럽고 차가운 온도를 신경쓰며 이야길 하다보면 큰 트러블 없이 대화를 잘 마칠수 있다. 


이 부드럽고 차가운 온도가 문제를 해결해주는건 아니다. 다만 상대가 흥분을 했든 요상한 논리로 변명을 하든 어느정도 차분히 온도를 신경써가며 대화를 하다보면 상대는 내 쪽에서 세심히 대화의 온도를 신경쓴다는걸 느끼게 되고 따로 표현을 하지는 않을 지라도 혼자서 나의 이야기를 다시 곱씹어보며 생각을 더 해본다는거다. 


이로써 내게는 부드럽고 차가운 온도를 유지해야할 것이 참치 말고도 불만 혹은 트러블이 생겼을때의 언어가 추가되었다! 괜찮다면 당신도 해보자. 참치는 역시 부드럽고 차가운 온도! 트러블이 생겼을때도 부드럽고 차가운 온도! 


재회플랜&사례집 '이번 연애는 처음이라' 책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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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재회지침서 '다시 유혹 하라'책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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