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글거리는게 너무 싫다는 남자친구, 어쩌죠?오글거리는게 너무 싫다는 남자친구, 어쩌죠?

Posted at 2018. 3. 29. 08:33 | Posted in 연애 연재글/연애트러블클리닉

오글거리는게 너무 싫다는 남자친구, 어쩌죠?

타인과 트러블을 겪게되는 가장 큰이유는 우리는 자꾸만 가치판단을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가만히 보면 그 행동자체는 별 문제가 없다. 문제는 그 행동을 바라보는 시각이 한쪽은 그럴수도 또 한쪽은 어떻게 그럴수가!? 라고 다른거다. 트러블을 원치 않다고해서 억지로 모두 상대의 시각에 맞춰서는 안되겠지만 적어도 어떤 갈등이 있다면 나와 상대의 시각을 동등한 위치에 놓고 대화를 해야하지 않을까? 



남자친구와 이제 두달만나고 있어요. 제 남자친구는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라 오글거리는걸 너무 싫어해요. 연애 초반임에도 사랑한다는 소리를 먼저 들은적이 없고요. 제가 먼저 사랑한다고 말하면 남자친구는 제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사랑해라고 대답해요. 남자친구는 자기 입에서 사랑한다는 말이 나오는걸 자기귀로 들을 수가 없다네요.;;;

어제는 폰에 저장한 이름가지고 싸웠어요. 제가 저장한 애칭대신 제 이름으로 바꿨더라고요. 왜 바꿨냐고 물으니 볼때마다 오글거려서 못견디겠다고 하고요... 다른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보며 오글거리는건 이해가 되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사이에서 오글거림을 느낀다는게 저는 이해가 안되네요.

저는 사랑은 자꾸 표현을 해야 커진다고 믿는 사람이에요. 물론 저도 제 방식을 무조건 따르라고 주장하고 싶진 않아요. 남자친구의 눈을 보고 있으면 오히려 저보다 더 좋아한다는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하지만 연애초기조차 이렇게 표현에 인색한 남자친구를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 K양


정말이지 사춘기라할만한 시기도 없이 무던히 탈없이 성장하던 내가 정말이지 딱 한번 어머니께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낸적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어이없게도 김치 때문이었다. 나의 어머니는 본인의 김치에 자부심이 대단한데 그래서인지 김치를 넣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김치를 넣어서 요리를 하신다. (지금까지도)


어려서부터 그래서인지 딱히 불만은 없었는데 친구집에 갔다가 먹은 김치넣지 않은 라면을 맛보고 난 충격에 휩싸였다. "아니... 라면이 이런 맛이었어!?" 그 날 이후 어머니께서 라면을 끓여주시겠다고 하면 김치를 넣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드렸지만 어머니는 본인의 자부심을 꺾지 않으셨고 인상을 쓰는 내게 "이녀석아! 라면에 김치가 안들어가면 무슨 맛으로 먹어~"라며 김치가 듬뿍 들어간 라면을 끓여주셨다.


차라리 내가 끓여 먹겠다 해도 그럴시간 있으면 공부나 더하라며 등짝을 후려치는 어머니덕에 나에게 심플한 라면은 미슐랭 쓰리스타 레스토랑의 요리보다 더 먼 요리가 되어버렸다. 그러던 어느날 결국 터졌다. "아니~!!! 쫌! 김치좀 넣지 말라고요!!!!! 아! 진짜 김치 넣는거 싫다니까!!!!!" 


깜짝 놀란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를 보며 정신이 번쩍든 나는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며칠동안 말한마디 서로하지 못하였다. 며칠이 지나고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는 투게더 한통을 들고 무릎을 꿇으며 용서를빈 덕에 이제 내밥은 내가 알아서 차려먹는선에서 극적인 타결을 보았는데 어머니는 그날을 나의 유일한 사춘기로 기억하고 계신다. 아니... 어머니... 저는 지금도 김치넣은 라면이 너무 싫습니다... 


김치넣은 라면이 잘못인가? 아니면 김치가 맛이 없어서 그랬을까? 아니다! 김치넣은 라면이 무슨 잘못이며 어머니의 김치는 그때나 지금이나 자부심을 가지실만큼 너무 맛있다. 문제는 사람에 따라 기호라는게 있다는거다. (실제로 내 동생은 어머니의 김치넣은 라면을 최고라고 꼽는다.) 김치넣은 라면이 잘못이 없는것처럼 김치를 넣지 않은 라면을 먹고싶어하는 나또한 잘못은 없는거다. 

 

맛있고 더 영양에 좋은?(어머니는 그렇게 믿고 계신다.) 김치넣은 라면을 아들에게 먹이고픈 어머니와 심플한 MSG맛을 즐기기 위한 김치넣지 않은 라면을 먹고픈 나의 사이에서 타협점은 전혀 없는걸까? 있다! 바로 라면을 먹고싶으면 내가 알아서 끓여먹는 것이다! (어머니께서 이것만 허락하셨어도....)


연애이야길 하면서 김치얘기만 주구장창했는데 K양의 상황도 나와 어머니와의 트러블과 같은거다. K양 입장에서는 사랑을 더욱 건강히 키우기 위해서 그리고 사랑을 표현하며 달달함을 느끼기 위해서 다소 오글거리는 애교와 애칭이 필요하다 말한다면 남자친구는 그런 행동들이 오글거려서 연애의 본연의 맛?에 집중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내가 어머니의 김치를 싫어해서 라면에 넣는게 싫었던게 아닌것처럼 남자친구도 K양을 사랑하지 않아서 표현하는게 싫은건 아니다. 다만 취향의 차이일 뿐이다. 


물론 K양의 주장에로 일리는 있다. 애정을 표현하다보면 그 애정이 더 커지고 더욱 달달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애정을 오글거리게 표현하지 않으면 금방 애정이 싸늘하게 식나? 오히려 왜 애정표현을 하지 않냐고 따지다보니 트러블만 늘어나고 있는건 아닌지... 


K양의 잘못이니 애교를 바라지 말라는건 아니다. 다만 싫다는 사람에게 강요를 하지는 말라는거다. 그러면 대체 어떡해야할까? 바로 나와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타협을 한 것처럼? 정확하게 기브엔 테이크를 하면 어떨까? 김치넣은 라면이 먹기 싫으면 알아서 차려먹어야 하는것처럼 남자친구가 응큼한 눈을하고 달려들면 나즈막한 목소리로 "애교"라고 말해볼 수 있지 않을까?


재회플랜&사례집 '이번 연애는 처음이라' 책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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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재회지침서 '다시 유혹 하라'책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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