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가 잘했으면 저도 화를 내지 않았을 거에요.남자친구가 잘했으면 저도 화를 내지 않았을 거에요.

Posted at 2018. 1. 28. 09:03 | Posted in 이별사용설명서

남자친구가 잘했으면 저도 화를 내지 않았을 거에요.

우리는 어떤 실수를 저지르고 나면 그 실수를 저지를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기 마련이다. 예를들어 음주운전을 하다 걸린사람은 대리가 잡히질 않았다고 항변하지만 생각해보면 대리가 잡히지 않으면 잡힐때까지 기다릴수도, 일단 택시를 잡아탈수도, 근처 숙박업소를 이용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음주운전을 한것은 어디까지나 본인의 선택이었다는걸 명심해야하며 그럴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탓할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러한 선택을 하게된 것에 대한 반성이 먼저여야 하지 않을까?


안녕하세요. 평소에 눈팅만 하는 26살 여자입니다. 동갑내기 남자친구를 얼마전까지도 비교적 잘 만나고 있었어요. 비교적이라고 하는 이유는, 여느 커플과 마찬가지로 어쩌면 일반적인 선보다 조금 더 트러블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만나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현재 대기업에 취업을 한 상태이며 저희 집은 중산층에 나름대로 부족함 없이 살고 있지만 남자친구는 예전부터 집안사정이 좋지 않았고, 현재 취준의 상태입니다. 그래서 주로 제가 데이트 비용을 부담했고 돈이 필요할땐 말하지 않아도 제가 해주기도 했어요. 

문제는 저는 남자친구가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물질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도움이 되어주려고 노력하는데 남자친구는 가끔씩 이기적인 말들 혹은 제가 서운해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을 보인다는거죠. 처음엔 화만냈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저도 모르게 욕이 나오더라고요. 쓰레기, X끼, X신 이런 욕을요.

한번은 제가 만나자고 했는데 별로 친하지도 않은 지인이랑 술을 마시기로 했다는거에요. 너무 화가 났어요. 미안하다는데 그냥 하는 말같고... 제가 그래서 넌 생각이 있냐 인생을 그런식으로 사냐 취준하면서 무슨 술이냐고 한심하다고 했죠. 그랬더니 남자친구가 장문의 카톡으로 오래 생각해봤는데 헤어지는게 맞겠다며 전화, 카톡을 차단하고 모든 sns를 탈퇴했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어이 없었어요... 저에게 이따위 카톡이별통보를 하다니... 제가 그동안 자기한테 얼마나 노력을 하고 헌신을 했는데... 그리고 모든 싸움의 시작은 남자친구의 행동때문에 시작이 되었는데 이게 말이 되나요? 물론 저도 잘한건 없어요. 무엇보다 욕을 한건 잘못이죠. 후회하고 있지만 남자친구가 먼저 저를 서운하게 화나게 했고 속이 상한다 날 좀 알아달라는 마음에서 나온 욕이었는데...

대체 어떡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사실 연애하면서 힘들었던 부분 서운했던 부분도 많았지만 그 모든 감정이 타버려서 한줌 재로 사라질때까지 해보고 싶었어요... 그만큼 남자친구를 사랑했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하루 아침에 매몰차게 사라지니 미칠 노릇이네요...

- W양


W양은 A4용지 기준 3장분량의 꽉찬사연을 통해 자신이 남자친구에게 얼마나 잘해줬고 그에 반해 남자친구는 자신에게 얼마나 소홀히 대했는지를 하소연하고 있는데 이걸 한 문장으로 요약을 하자면... "집안도 안좋고 능력도 없는 남자 내가 먹여살렸는데 그런 나를 서운하게 혹은 화나게 했으니 막말좀 할 수 있는거 아닌가요?" 쯤으로 요약 가능하지 않을까?


하지만 W양의 생각에는 몇가지 오류가 있다. 첫번째 집안이 좋지 않고 능력없는 남자친구를 만나기로 한건 어디까지나 W양의 선택이다. 남자친구가 유혹을 했든, 매달렸든 만나기로한건 W양의 선택이고 이 선택에 대한 책임은 W양에게 있다. 


두번째 남자친구가 W양에게 직접적으로 해달라고 한적은 없다. W양은 남자친구를 이런 저런식으로 도왔다고 이야길 하는데 남자친구가 W양에게 직접적으로 해달라고 하던가? 그리고 남자친구를 도우며 W양은 희생만 했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지는 않았나? 그리고 남자친구가 그것을 고마워 하지 않았던가? 


세번째 남자친구가 W양을 서운하게 만들었다고 막말을 하는것이 합리화되는건 아니다. 상대가 시비를 걸었다고해서 상대를 폭행하면 폭행죄가 성립되며 내가 가해자가 되는것처럼, 상대가 나를 서운하게 혹은 화를 나게 만들었다 해도 내가 막말을 하고 욕을 하는 것은 내가 가해자가 되는 것이다. 


지금 W양은 이상황을 남자친구에게 헌신했으나 남자친구는 그것을 배신했다는 식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W양의 행동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놓고 왜 그만큼 나에게 대우를 안해주냐고 깽판을 부리는것과 같다. 


남자친구를 도울때는 "나는 남자친구가 부탁하지 않아도 이렇게 남자친구를 챙기는 좋은 여자친구야!"라는 뿌듯함을 한껏느끼고 도와줄 당시 남자친구가 고맙다는 이야기는 다 들어놓고, 자신이 서운함을 느끼면 "내가 예전에 이런거 해줬는데 왜 넌 나한테 안해줘!?"라며 다분히 계산적인 논리를 끌어온다. 


W양아 둘중에 하나만 해라. W양 스스로가 남자친구에게 헌신한 착하고 순애보적인 여자라는 이야길 듣고 싶고 스스로 그렇게 느끼고 싶다면 무엇을 해주되 대가를 바라지 말던가. W양이 해준만큼 받고 싶으면 대놓고 내가 이걸 해줄테니 너는 이걸 해줘! 라고 계산적으로 나서던가 말이다. 

 

W양이 헌신하고 착한 여자쪽을 택한다면 남자친구가 그만큼 대우를 해주지 않아도 행복할 것이고, 계산적인 쪽을 택한다면 투자대비 이득이 적다고 느끼는 이 관계를 정리하면 그만이지 않은가? 


W양이 스트레스를 받는건 결코 남자친구때문이 아니다. 헌신하는 착한 사람으로 보이고는 싶은데 마음속에서는 나도 모르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으니 속이 터지고 억울할 수 밖에. W양이 나쁜 여자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군소리 말고 남친이 W양에게 잘해주든 말든 얌전히 연애를 하라는것도 아니다. 


다만 현재의 상황에 대해 덮어두고 남자친구를 욕하며 옆에서 떠나지 못하며 괴로워하지 말고 괴로움의 근원을 정확히 직시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선택을 하라는 거다. 

신간! '연애는 광고다' 책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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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재회지침서 '다시 유혹 하라'책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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