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썸이 미적지근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당신의 썸이 미적지근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

Posted at 2015. 11. 21. 08:51 | Posted in 연애 연재글/연애루저클리닉

당신의 썸이 미적지근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

몇 달전 소니 QX100이라는 렌즈형 카메라를 중고로 구매했다. 카메라가 필요했던건 아니었지만 그저 지잉~ 소리와 함께 자일리톨통같이 생긴 물건이 카메라 렌즈로 변신하는 모습이 너무 이뻐서 사기로 했다. (정말 단지 그뿐!) 중고나라에서 몇 명의 판매자와 연락을 주고 받았는데 이게 생각보다 거래라는게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대충 조건이 맞다 싶을 때마다 머릿속에서 "근데... 이거 시가보다 1만 5천원 정도 비싸네...?", "AS기간이 지났구나?", "아... 목동까지 언제가..." 따위의 생각이 들다보니 자꾸만 거래가 캔슬이 되었다. 한 일주일쯤? QX100 판매자들에게 찔러보기를 하며 밀당을 하고 있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살건데... 일주일째 고민하고 알아보는 시간에 일을 했으면 돈을 더 벌었겠다!" 그래서 시가보다 3만원이 비싸고 (여분 베터리를 하나더 챙겨주긴 했다.) AS기간이 지난 QX100을 수원까지가서 구매를 했는데 그제야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이쯤 읽으면 왜 하라는 연애얘긴 안하고 중고거래 얘기냐 싶을텐데 "갖고 싶은게 있다면 최대한 싸게 가지려고 머리아파하며 시간을 날려먹지 말고 차라리 더 많이 쓰더라도 빨리 사라는거다." 이 말을 연애에 적용해봐라. 그게 내가 당신에게 (맨날 미직지근한 썸만 하는) 해주고 싶은 말이다.

 

원래 친하게 지내던 직장 동료가 제가 남자친구와 헤어졌다고 했더니 그 때부터 매일 연락을 하며 호감을 표시하더라고요. 남자친구 있을 때부터 친하긴했는데 헤어졌다고 말을 하니 좀 더 가까워진 느낌도 들고 둘이서 영화도 보고 간단히 맥주도 마시기도 했고요. 그런데 주말만 되면 연락이 없는거에요;; 혹시 다른 여자가 있는건 아닌지... 아니면 그냥 어장인지... 이별한지 얼마 안된 상태에서 이런 일을 겪으니 더 당황스럽네요... 그에게 이별한지 얼마 안됐으니 좀 더 반성하는 시간을 갖고 나중에 얘기해보자는 식으로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데 괜찮을 까요?
- 주말에 연락없는 썸남에게 서운한 M양

 

일단 M양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M양은 왜 상대방에게 연락을 하지 않고 있나?" 아마 상대도 그와 비슷한 이유는 아닐까? 앞서 중고거래 얘기를 꺼낸 이유가 바로 이때문이다. 나도 그리고 상대도 연애를 원하는것 같으면서도 미직지근한 썸을 타는 이유가 바로 연애를 중고거래하듯이 하기 때문이다.

 

서로를 원하면서도 상대방을 내것?으로 만드는것에 집중하기보다 최대한 손해보지 않고 거래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서로가 소극적으로 행동을 하는거다.

 

"내가 이렇게 행동하면 괜히 날 쉽게 생각하면 어쩌지?", "확실하지도 않은데 다가갔다가 창피당하면 어떡해...", "난 충분히 어필한것 같은데 내가 더해야하나?" 따위의 생각들은 합리적인 고민인것 같지만 실제로는 매우 비합리적인 생각이다. 내가 소극적으로 상대방이 먼저 다가오기만 바라는것은 오히려 쓸데없는 스트레스를 만들어낼 뿐이다. 차라리 다소 모양새가 빠져도 적극적인 편이 낫다. 어떻게든 빨리 아웃풋을 확인할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M양의 생각처럼 썸남에게 다른 여자가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문제는 M양이 가만히 있으면 영원히 그 답을 알수가 없다는거다. 상대가 나를 좋아하는지 아닌지를 알기 위해서든, 상대가 나를 좋아하게 만들고 싶든 기본적으로는 내가 상대에게 먼저 다가가야한다.

 

20대 초 쯤 (이제 30대가 되니... 20대의 일들은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 한창 달콤한 썸을 타던 여자와 영화를 봤다. 서로 말은 안했지만 뭔가 사귀는 분위기, 하지만 정확히 말이 없었기에 애매한 선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봤던 영화가 이터널 선샤인이었는데 영화를 보다 감상아 젖어 슬쩍 옆을 보았다가 그녀와 눈이 마주쳤는데 뭔가 찌릿하고 두근거렸다.

 

그때 누군가 내 귀에대고 속삭였다. (정확히는 나의 또 다른 자아가) "키스해" 그 뒤로 "미쳤냐? 그랬다가 싫어하면 어쩌려고!?", "날 좋아하는지 아직 확실하지 않잖아!", "괜히 이상한 사람되는거 아냐!?" 따위의 이야기들도 들려왔지만 나의 선택은 게슴치레한 눈으로 천천히 그녀의 입술을 바라보며 다가가는 것이었고 그녀가 눈을 감는걸 확인하고 키스를 했다. (만약 그때 그녀가 인상을 구기면 웃으면서 귀에 대고 "너 입술에 고추장 묻었어"하려고 준비를 해놨었다.)

 

만약 내가 그때 키스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 밤마다 그녀의 심리상태를 궁금해하다가 결국은 미적지근한 썸이 되어버리고 말았을거다. 그러니 M양도 썸남에게 키스를 하라는게 아니다. M양이 조금 더 좋아한다는 뉘앙스를 보이더라도 혹은 상대에게 어장관리를 당하더라도 일단은 먼저 다가가라는거다. 그래야 썸남의 정확한 마음을 알수 있다.

 

가만히 침대에 누워 "왜 썸남이 주말에 연락을 안하지!?"하고 고민하지말고, 목요일쯤 "토요일에 이터널 선샤인 보러가요!" 라고 말을 해라! (재개봉 했데!) 그리고 나처럼! 응!? 응!? ....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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