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위해 나만 노력하고 희생한다?사랑을 위해 나만 노력하고 희생한다?

Posted at 2018. 11. 2. 07:19 | Posted in 연애 연재글/연애분석실

사랑을 위해 나만 노력하고 희생한다?

어머니 생신을 맞아 가족과 함께 소문난 장어집을 갔다가 두번 깜짝 놀랐다. 첫번째로 놀란건 장어가 이렇게 크고? 쫄깃하고 살살 녹는 천상의 맛이라는걸 30대가 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는 것이고 두번째로 놀란건 제대로된 장어를 제대로 즐기려면 이정도의 가격이 나온다는 것을 계산대 앞에서 깨달았다는 거다! 하지만 뭐 어떤가!? 어머니의 생신인데! 오랜만에 큰아들 노릇 하는거지 뭐! 



그리고 몇달후 나의 생일을 맞아 자연스레 또 장어집에 가게 되었다. 그동안 내 생일이라고 가족이 다 모인적이 없었긴하지만.... 뭐 하여간... 이런 저런 핑계로 온가족이 모여 함께 식사를 한다는건 좋은 일이 아닌가!? 그래~ 뭐... 내 생일이니 내가 쏘는거지! 


그런데 두달후 왜 우리 가족은 동생녀석의 생일에 또 장어집을 가는걸까? 그리고 왜 때문에 나는 계산대 앞에 서있는 것이고 말이다... 갑자기 현타가 왔다. 어머니와 내 생일은 그렇다치고... 왜 나와 14개월 차이나는 녀석의 생일턱을 내가 내야하는 거지...? 그리고 생각해보니 몇달전에 어머니댁에 에어컨도 내가 달아 드리고... 세탁기가 망가졌다해서 내가 사드리고... 왜... 나만...?


이렇게 나만 돈을 쓰다가 결혼할때 결혼할 사람에게 구박을 받으면 어쩌지? 결혼후에도 계속 내가 돈을 쓰면 부부싸움 할텐데... 그러다 이혼당하면? 난 자녀들에게 무시당하고 양육비만 다달이 송금하다 나중에 단칸방에서 고독사하는건 아닐까...? 까지 생각을 하고 나니 집에 도착해있었고 한동안 현자타임에 잠겼다.


하나하나 따져지기엔 명색이 장남인데 모양이 빠지고... 그렇다고 군말없이 가만히 있기엔 뭔가 불공평하고 찝찝하다. 그리고 이걸 그냥 두면 뭔가 앞으로도 무슨 일이 있으면 자연스레 내가 다 해결해야할것만 같다는 생각이 드니 이건 이대로 두면 안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동생녀석에게 전화를 걸어 최대한 쿨한척 말했다. "잘들어갔어? 엄머가 저번에 온수매트 얘기하시던데 이번엔 니가 좀 사드려~" 


막상 말을 해놓고 보니 후회스러웠다. 혹시 저녀석이 장남이 쪼잔하다 생각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머리를 쥐어 뜯고 있었는데... 동생녀석이 "응? 그래~ 알았어~ 형이 괜찮은거 찾아서 링크보내줘 결제는 내가 할게~" 라며 쿨하게 이야길 하는게 아닌가? 


전화를 끊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왜 나혼자 그러고 있었나 싶다. 따지고 보면 가족들이 나보러 계산을 하라고 등을 떠민것도 아니고. 심지어 내 생일날엔 어머니께서 계산을 하려고 하시는걸 내가 막지 않았던가? 그리고 동생 녀석의 생일엔 그녀석이 화장실간 사이에 내가 그냥 한것이고... 에어컨과 세탁기도 어머니께서 사달라고 한것도 아니고 오히려 필요 없다고 괜찮다고 하시는걸 내가 나서서 결제한거다. 따지고 보면 난 혼자 나서놓고 혼자 속앓이를 하고 있었던거다. 


상담을 하다보면 상대를 사랑하지만 왜 나만 노력하고 희생해야하는지 모르겠다는 질문을 많이 듣는다. 그러면 나는 무슨 노력을 하고 희생을 했느냐고 묻는데 주로 세가지 정도 이야길 한다. "제가 연락을 안하면 연락을 안한다니까요!?", "저만 데이트 계획을 짜요!", "저는 상대가 힘든일이 있으면 위로해주는데 상대는 신경도 안써요!"


나는 이렇게 되묻는다. "상대가 그렇게 노력하고 희생해달라고 강요했어요? 그리고 만약 본인이 그렇게 안했으면 하루아침에 헤어지게 되었을까요?" 내 질문에 그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딱히 반박은 하지 않는다. 


놀랍게도 우리는 상대를 위해 희생하고 노력했다며 억울해하지만 막상 따져보면 상대가 나에게 강요를 한것도 아니고 또 내가 노력과 희생을 하지 않았어도 관계에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을거다. 


내가 연락을 억지로 하지않고 하고 싶은 만큼하면 상대도 용건이 있거나 연락이 하고 싶을때 할것이고, 내가 데이트 계획을 짜지 않으면 상대가 계획을 짜거나 아니면 당일 상황에 따라 적당히 데이트를 하면 그만이다. 마지막으로 상대에게 위로를 받고 싶을땐 "왜 나를 위로 안해주지!?" 할게 아니라 "나 오늘 ~일이 있어서 기분이 저기압이야... 그러니 고기앞으로 가고싶어!"라고 정확하고 디테일하게 말하면 상대는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올거다. 


결국 나만 희생하고 노력한다고 느끼는건 상대 때문이 아니라 나의 욕망과 쓸데없는 자존심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나만 노력하고 희생한다고 느낄때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자. "상대방이 나에게 강요한건가? 그리고 내가 상대에게 디테일하게 부탁을 해본적은 있나?" 라고 말이다. 


재회플랜&사례집 '이번 연애는 처음이라' 책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377659

 

이별재회지침서 '다시 유혹 하라'책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03559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