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질한 분위기는 무서운 매력이다.꼬질한 분위기는 무서운 매력이다.

Posted at 2018. 5. 6. 10:11 | Posted in 연애 연재글/연애분석실

꼬질한 분위기는 무서운 매력이다.

오랜만에 참소라를 먹겠다고 서촌계단집앞에서 20분 넘게 줄을 서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왜 이짓을 하고 있지?" 평소같으면 제발 좀 나오라고 나오기만 하면 소고기든 참치든 사겠다고 정도는 해야 엉덩이를 뗄까 고민을하는 내가 고작 참소라를 먹어보겠다고 따로 시간을 내서 이렇게 20여분을 의미없이 소비하고 있다니...


물론 괜찮은 참소라를 파는곳이 그리 흔한건 아니다. 하지만 정말 참소라를 먹고 싶다면 어플로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구매해 퀵으로 받으면 그만인것을... 가격이 싼것도 아니고, 친절한것도 아니고 (이제 막 들어왔는데 "12시까진거 알죠~?"라는건 좀...), 과도하게 쨍!하게 밝은 형광등 불빛아래에서 비좁은 식탁에 웅크리고 앉아 먹는게 뭐가 그렇게 좋다고 난 이러고 있는걸까?


확실히 서촌계단집의 참소라를 비롯 여러 해산물들은 꽤 괜찮다. 하지만 나를 이곳으로 이끄는건 싱싱한 참소라가 아니라 뭔가 후지지 않은 꼬질함과 편안함이다. 개발새발 낙서로 뒤덮혀 있는 하얀벽과, 조명은 밝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형광등 조명과 안주를 다 놓기도 힘든 비좁고 부실한 테이블이지만 묘...하게 꼬질함속에 멋이 있다. 뭐랄까... "음~ 원랜 자주가던 일식집에서 오마카세 스시를 먹으려다가 귀찮기도 하고 옛날 생각도 나서 한번 들렀어~" 하는 느낌이랄까? 


그런 의미에서 꼬질한 분위기는 때로는 무서운 매력이기도 하다. 꼬질한 분위기는 상대를 편하게 만들어주고 상대로 하여금 뭔가 자신이 좀 더 멋진 사람 같다는 생각을 갖게 만드니 말이다. 


연애상담을 하다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사실... 처음엔 남자친구가 그다지 마음에 든건 아니었어요..."라고 말을 한다. 아니... 마음에 들지 않았으면 대체 왜 만난거지? 싶겠지만 가만히 따져보면 그들은 꼬질한 분위기의 마력에 빠지고 만것이다. 뭔가 딱! 하고 내 사람이다 혹은 우와 정말 멋있다! 하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아주 나쁘지는 않다. 그러다보니 쉽게 경계를 풀게되고, 막연하게 내가 상대를 컨트롤 할 수도 있을것 같다는 느낌도 드는거다. 


그렇게 "그러면 뭐 한번쯤 만나볼까?" 라는 식으로 시작을 하게되지만 한번 시작을 하게되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그 꼬질한 분위기의 매력속에 빠져버리고 마는거다. 


문제는 꼬질한 분위기라고 해서 그렇게 만만한건 아니라는거다. 가벼운 마음으로 서촌계단집에 들어갔다가 그 꼬질한 분위기의 매력에 빠져 버리면 답이 없다. 참소라를 먹다가 제철이라는 말에 새조개를 주문하게 되고 거기에 그냥 가면 아쉬우니 바다라면을 추가하다보니 소주가 어찌 한두병으로 그칠 수가 있을까? 한참을 정신없이 허우적 거리다가 서촌계단집을 나서려면 어느새 내손엔 10만원에 육박하는 영수증이 들려있다. (아... 이럴거면...)


연애도 마찬가지다. 뭔가 살짝 꼬질하고 만만해보였던 그녀석과 연애를 시작하면 처음엔 내가 다 컨트롤 할 수 있을것만 같았다가도 정신을 차려보면 상대방은 부담스럽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고, 어느새 나는 징징거리는 사람이 되어 있곤 한다. 


이러니 꼬질한 분위기가 무서운 매력일수 밖에!!! 혹시 당신이 꼬질한 분위기라면 고개를 들어라! 당신은 잘난것들은 결코 가질 수 없는 무서운 비대칭무기를 가진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당신이 꼬질한 분위기의 누군가에게 끌린다면 조심해라! 꼬질한 분위기라고 결코 만만하고 쉬운것은 아니니 말이다!


재회플랜&사례집 '이번 연애는 처음이라' 책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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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재회지침서 '다시 유혹 하라'책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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