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째 짝사랑 이뤄질 수 있을까요?1년째 짝사랑 이뤄질 수 있을까요?

Posted at 2018. 2. 11. 16:29 | Posted in 연애 연재글/연애루저클리닉

1년째 짝사랑 이뤄질 수 있을까요?

지난 여름, 친구들과 함께 제주도 밤바다를 바라보며 포커를 쳤다. 내가 카드와 칩을 꺼내니 한 녀석이 유독 "니들 오늘 다 죽었으!"라며 자신감을 보이는것이 아닌가? 한시간후 그녀는 카드를 던지며 내게 말했다. "야 왜 너한텐 블러핑이 안통하냐?" 내가 그녀석의 속마음을 읽은걸까? 아니다. 난 그런 능력이 없다. 다만 그녀석의 블러핑 패턴이 너무 뻔했을 뿐이다. 패가 좋지 않으면 괜히 오버를 하며 레이스를 외치고, 패가 좋으면 괜시리 심각한 표정으로 콜만 외치는데... 어떤 바보가 그런 블러핑에 속겠는가? 


연애를 하며 뭔가 상대에게 끌려다닌다는 생각이 들때 많은 사람들은 상대가 애매하게 행동을 하며 어장관리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고작 연애에 머리를 엄청 써가면서 어장관리를 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오히려 머리를 쓰는 쪽은 어장관리를 당했다고 울부짖는 쪽이다. 어떻게든 상황을 역전시켜보겠다고 이렇게 저렇게 머리를 쓰며 발버둥을 치지만 사실 상대 입장에서 그런 뻔한 블러핑은 오히려 당신의 속마음을 훤히 보여주는 꼴일 뿐이다. 



올해 대학교 2학년의 학생인데요... 1년째 짝사랑하는 남자때문에 사연을 보냅니다. 저는 굉장히 적극적인 성격이고 학교내 이런저런 활동들을 매우 활발히 하고 있는데요. 작년 1학기때 우연히 같은 수업을 듣고 팀플을 하며 친해지게 되었어요. 훈남에 성격도 좋아서 여사친도 많더라고요. 더욱이 그때에는 1년된 여자친구도 있었고요... 저는 마음은 접었지만 친해지고 싶어서 자주 연락했고 선배는 친한 후배정도의 선을 그으며 제게 잘해줬어요. 

그러다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많이 힘들어할때 제가 많이 힘이 되어주려고 했어요. 편지도 써주고... 가끔 숙취해소제를 챙겨주거나 응원의 문자도 많이 해주고요. 선배는 고맙다며 이전보다 저에게 더 잘해줬고요. 그러다 제가 고백을 했어요. 반년동안 짝사랑만 했더니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안되면 접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고백을 했죠. 

그런데 선배는 애매한 말들을 하며 거절을 했어요. 저는 창피하기도 하고, 마음을 접어야지 하는 생각에 연락을 보름쯤 딱! 끊었는데 선배에게 먼저 연락이 왔어요. 처음엔 차갑게 대하려고 했지만 그게 말처럼 안되더라고요... 다시 예전처럼 친하게 지냈고 저는 또 괴로웠죠... 그러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소개팅으로 남자친구를 만들었는데... 그래도 선배가 잊혀지지가 않더라고요... 

결국 얼마 되지 않아 헤어지게 되었고, 선배는 잘 안맞는 사람과 굳이 연애할 필요 없다며 제 속도 모르는 말만 하더라고요... 그 후로 저희는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하고 있어요.. 저는 어장관리를 당하고 있는걸까요...? 남자친구로는 아니라도 친구로라도 지내고 싶은데... 그리고 정말 만약이지만 잘될 가능성은 없겠죠...?

- L양


오랜만에 사연을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간질간질해지는 귀여운 사연이다. 1년째 짝사랑을 하고 있는데... 뭔가 될 듯하면서도 자꾸만 미끌어지고 멀어지는 관계... 대체 뭐가 문제 일까?


L양은 선배와의 관계에 대해 설명을 하며 이런 일때문에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저런 일때문에 급속도로 멀어지고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을 하지만 사실 가까워졌다 멀어졌다하고 있는건 오로지 L양 뿐이다. L양의 선배는 L양과의 관계에서 크게 마음이 움직인적이 없다. 아주 가까웠다고 느낀적도, 다시 보면 안되겠다고 다짐을 한적도 없다. 그저 L양이 귀엽고 함께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느낄 뿐이었다.


문제는 L양이다. 훈훈한 선배에게 빠져서 호감을 표시하다 선배가 받아주면 금방 사귈것처럼 기대를 하고 감정폭격을 하다가 L양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느끼면 혼자서 "이 관계는 더이상 지속되면 안돼!"라며 혼자 굳은 결심을 하고 또 훈남 선배의 친절에 "이러면 안되는데..."하면서도 또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을 뿐이다. 


L양과 비슷한 상황에 놓이면 많은 사람들은 선배를 어장관리를 한다고 비난한다. 그런데 한번 돌이켜 생각해봐라. 당신의 기억중에서 나는 상대를 하나도 좋아하지 않으면서 상대를 나의 어장에 놓고 싶어서 억지로 노력했던 경험이 있나? 그나마 어장관리에 가까운 일이라면 상대의 호감을 거절하지 않고 받아준 정도아니었던가? 


어떤 이들은 사귈게 아니라면 선을 그어줘야 한다고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자. 평소 친하게 지내던 이성친구가 "나 너 좋아해, 나랑 사귈생각이 아니라면 어장관리 하지 말고 선을 그어줬으면해!"라고 말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다시 말하지만 L양과 선배의 관계는 딱 절반의 물이 담긴 물잔이었다. 문제는 L양이 이랬다 저랬다하면서 "어!? 반이나 남았네!?"했다가 "어...? 반밖에 안남았네?" 할 뿐이다. 이렇듯 L양의 감정은 오르락 내리락 했지만 선배의 감정은 평온했던 건 L양의 행동은 이랬다 저랬다 했지만 그 속마음이 너무 빤히 보였기 때문이다.


고백에 거절당해 속이상했을때도 정리하겠다며 차가운 모습을 보여봐야 선배입장에서는 귀여운 후배의 투정으로 보일 뿐이고, L양의 진지한 고백도 마냥 귀여워보일 뿐인거다. 빤히 보이는 블러핑에 속을 포커플레이어가 없는것처럼 빤히 보이는 속마음에 당황하고 마음이 움직일 사람도 없는거다. 


선배와는 언제든 친구로 지낼수 있다. 선배와 친구가 되기어려운 장애물은 오로지 L양의 감당안되는 마음일 뿐이다. L양이 선배와 오로지 친한 선후배로 지내기로 마음을 먹을 수만 있다면 당장 오늘도 술한잔 하자고 말할 수 있고 선배도 웃으며 받아줄 수 있다. 


문제는 그러다 이어질 수 있겠냐는 질문인데... 이론상이야 안될것 없겠지만... 감정관리가 안되는 L양은 자꾸만 이랬다 저랬다하며 L양의 속마음을 들키고 주도권을 선배에게 스스로 헌납을 할 확률이 매우 높기에... 가능성은 그리 높아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L양도 말했듯이 굳이 남자친구가 아니라도 가까운 사이로도 충분히 도움이 될 사람이라면 어렵겠지만 L양의 흑심?을 버리고 친한 선후배사이를 먼저 시작해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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