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고 3개월이 지나서 편지를 써도 될까?헤어지고 3개월이 지나서 편지를 써도 될까?

Posted at 2018. 2. 3. 09:03 | Posted in 이별사용설명서

헤어지고 3개월이 지나서 편지를 써도 될까?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놀랍게도 타인은 나와 다른 감정일 수가 있다. 길을 가다 헤어진 연인과 자주가던 맛집을 지나치기라도 하면 그곳에서 함께했던 추억들이 밀물처럼 밀려들어와 명치끝이 아릿해지지만 상대는 "아! 여기 가성비 좋은 맛집이었지!?"하면서 새로만난 연인과 함께 "여기 소문난 맛집이래~"하며 멋진 데이트를 할 수도 있다. 


당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든 그것은 어디까지나 당신의 감정일뿐이며 당신이 당신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전하려는 행동은 대부분 공감을 이끌어내기 보다 상대 입장에서는 부담일 확률이 높다. 편지를 쓰든 매달리든 뭐든 어떤 행동을 하는것은 당신의 선택이고 자유지만 만약 그러한 행동으로 상대가 느낄 감정은 당황, 부담, 어색일 확률이 높다는걸 명심하자. 



저희는 20대 중반 동갑내기 커플이었어요... 1년동안 탈도 많았지만 그래도 나름 티격태격하면서도 잘 만나왔다고 생각했는데 3달 전쯤 헤어졌네요... 제가 평소 남자친구가 늦게까지 술마시는걸 싫어했는데 그날도 12시에 들어간다더니 2시가 되도록 일어날 생각을 안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연락하지 말라고 했고 정말 연락을 하지 않는 모습에 제가 실망을 해서 헤어지자고 말을 해버렸네요.

그러다 한달쯤 지나서 제가 먼저 연락을 했는데 서로 너무 맞지 않는것 같다고 그리고 자기도 다른 사람 만나보겠다며 저에게도 좋은 사람만나라고 하더라고요. 너무 가슴이 아팠지만 매달리지 않고 알았다고 했네요... 그렇게 두달이 더 지나 이제 3개월이 지났어요... 그런데 잊혀지기는 커녕 자꾸만 생각이 나고 무엇보다 마지막에 너무 안좋은 기억만 남긴채 끝난것 같아 편지를 쓸까 하는데... 내용을 좀 봐주실수 있을까요...?

돌이켜보면 좋은 일도... 좋지 않았던 일도 많았던것 같아... 이렇게 네게 편지를 전하는게 오히려 불편할 수 있다는걸 알지만... 마지막에 너무 안좋은 기억만 남긴것 같아 후회가 될것 같아 늦은 편지를 써...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 (중략) ... 너도 좋은 사람만났으면 좋겠어. 

혹시 수정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셨으면 좋겠네요.

- S양


단도직입적으로 S양에게 질문을 하나 하자면... "대체 이 편지를 보내려는 이유가 뭔가?" 이 편지를 보내서 S양이 얻고자하는 결과가 무엇인가? 만약 S양이 이 편지를 보내려는 목적이 S양의 마음정리라면 이 편지는 수정할 필요없다. 아니 오히려 지금 S양 마음속에 있는 남자친구와 관련한 모든 마음과 말들을 쓸어내 편지에 담아도 괜찮다. 


하지만 만약 S양이 편지를 보내려는 목적이 재회에 있다면... 이 편지는 수정이 아니라 절대로 보내서는 안된다. S양은 약 A4용지 기준 한장 분량의 간략한 편지 속에서 자신의 행동에 대한 후회와 반성이 가득하고 이후 상대를 위하는 말들을 하며 "나 이제 정말 후회하고 있고 착해졌어!"라며 어필을 하고 있겠지만 이 편지를 받을 상대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고 부담스러울 뿐이다. 


돌이켜 보면 나도 S양처럼 편지를 써보고 또 반대로 받아보기도 했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편지를 썼었던건 군대에 있었을 때였는데 아마 A4용지 기준 5장 넘는 편지를 두어통 보냈었는데 내용은 기억이 나질 않지만 어떤 마음으로 썼었는지는 기억이 난다. 


꼭 재회를 바라지는 않았지만 후회하는 내마음을 전하고 싶었고 또 군에 와서 이별을 했기에 제대로 정리를 못했으니 정리를 해야한다 생각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사실 5장이 되는 편지 안에 내 진심을 담아 그녀가 이 글을 읽고 눈물을 흘리며 마음을 돌려주길 바랬었던 것 같다. 


그러니 첫번째 눈물편지에 답이 오지 않자 두번째 편지를 썼었겠지... (지금 돌이켜 보면 눈물자국을 만드려고 손가락으로 물을 튕기기도 했었는데... 하... 말이 정리고, 후회지 참... 얄팍하기도 하다.) 어쨌든 그녀에겐 결국 답장이 오지 않았고, 언제 그랬냐는듯 재미있게 (진짜 재미있었음) 군생활을 마치고 복학을 해서 자연히 오해?를 풀게 되었고 뭐 그녀와는 그 이후로 별일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대 후반에 반대의 입장에서 편지를 받은적이 있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후회와 반성, 그리고 잡지는 않겠지만 행복하길 바란다는 쿨함속에 감춰진 "나 이렇게 힘든데...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안될까?"라는 뉘앙스... 그 편지를 다 읽고 느낀 감정을 세단어로 표현하자면 당황, 어색, 부담 이었는데. 


아니... 지금이 잡지 뒷편에 있는 펜팔란 주소로 무작정 편지를 보내는 시대도 아닌데... 우편함에 담긴 편지... 그것도 소인이 없는걸 보면 집까지 찾아와서 넣었다는 건데... 그리고 헤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나를 비난하고 어떤 여자도 이해해주지 못할거라고 말하던 그녀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후회한다는 조근조근한 말투에 등짝과 뒷목 부분이 간질간질해질 정도로 어색한 기운이 엄습했다. 무엇보다 편지를 다 읽고나니 대체 뭘 어쩌라는건지... 물론 그녀의 절실한 마음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이미 차분해진 내 입장에선 차라리 "오빠 술이나 한잔사줘요!" 했으면 "그래~" 했을 텐데 이런 편지를 받으니 괜한 피드백은 오해만 불러일으키겠구나? 하는 부담만 느껴질 뿐이었다. (아마 소싯적 내 편지를 받았던 그녀도 이런 마음이었으리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S양은 나에게 헤어진지 3개월이 지난 남자친구에게 보낼 편지에 대한 교정을 부탁했지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일단 편지를 보내는 목적을 스스로 다시 점검해보자" 이다.. 만약 군시절의 나처럼 "꼭 재회를 목적으로 하는건 아니지만... 내가 감정을 전하고 또 마지막을 잘 정리하고 싶어..."라는 생각이라면 스스로 머리를 쥐어박으며 "이런! 나의 얄팍한 욕구놈! 그렇게 얄팍한 수가 통할거라고 생각했냐!?" 라며 꾸짖고, 차라리 "오빠 나 술한잔 사줘요!"라고 연락을 해라.  


그런게 아니라 정말 자꾸 질척거리는 자신의 마음이 불편하고 정리하고 싶어서라면 새벽 한시쯤 정재욱의 '잘가요', 고현욱의 '헤어지지말자', 브라운아이즈의 '그래도 되겠니'를 틀어놓고 남자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을 가감없이 적어 보자. 그리고 다음날 아침 남자친구에게 편지를 보내기전에 다시한번 읽어보고 역시나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아주 소설을 써라 소설을!" 하며 꾸짖고 남자친구에게 "오빠 나 술한잔만 사줘, 어제 영감이 떠올라서 소설을 하나 썼는데 보여줄게!"라고 연락을 하자.


상대와 대화를 하고 싶다면 우리는 감정의 레벨을 맞춰야한다. 상대와 감정의 레벨이 차이가 지나치게 많이 나면 상대는 나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보다 불편해하고 부담스러워할 수 밖에 없으며 당신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든 상대는 오로지 이 불편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 할 것이니 말이다. 


헤어지고 3개월만에 대뜸 술마시자는 말이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겠으나... 굳이 따지자면 헤어지고 3개월 만에 감정이 뚝뚝떨어지는 질척거리는 편지를 보내는것보다야 차라리 술한잔 하자는게 더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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