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가 자존심을 부리며 막말을 해요.

남자친구가 자존심을 부리며 막말을 해요.

어느쪽이든 흥분한 순간 대화는 종료다. 어느쪽이든 흥분하기 시작하면 그건 대화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감정싸움일 뿐이다. 감정싸움은 논리적일 수 없고 상대는 그 무논리를 지적하고 싸움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상대가 흥분했다면 그 흥분이 가라앉기 전에는 상대를 설득하거나 대화를 하기보다 상대를 진정시키는데에 집중하자.

2년 넘게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와 요즘 너무 자주 싸우고 있어서 고민이네요... 일주일에 4일은 싸우는것 같아요... 싸울때마다 다른 이유로 싸우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자존심때문인것 같아요... 남자친구와 사귀면서 저도 성격이 점점 변한것 같은데 저는 이렇게 변한 제 모습이 너무 싫어요...

그래서 이제는 먼저 사과도 하고 자존심을 버리려고 노력하는데 남자친구는 오히려 그런 제 모습에 더 자존심을 부리고 저를 비난하네요. 그런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고요... 

남자친구는 화가 났기 때문에 잘못한걸 알아도 사과를 할 수 없고 그러니 제가 끝까지 잘 설명을 해야한다는 말도안되는 말을 하네요. 자기도 조절하려고 노력하는 중이고 (실제로 요즘은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요...) 그러니 제가 더 져주고 이해해야한다고 하네요... 

저희는 끝내는게 맞을까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수는 없을까요...?

- R양

R양입장에서는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고 큰소리를 내는 남자친구가 답답하고 때론 무섭기까지 할텐데 이런 남자친구의 행동은 아들러 심리학에서 '권력투쟁'의 단계라고 말을 한다. 

아들러는 문제행동에 대해 칭찬 요구, 주목 끌기, 권력투쟁, 복수, 무능의 증명의 5단계로 나눴고, 권력투쟁의 단계란 상대와 다툼을 통해서 상대방을 굴복시키고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주도권을 갖기 위함이다. 

권력투쟁의 목적 자체가 상대를 굴복시켜 주도권을 쟁취하기 위함이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는 논리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로지 상대방을 비난하고 쓰러뜨리기 위함이기 때문에 R양이 아무리 논리적으로 이야길 해도 남자친구는 억지를 부리기만 할 뿐이다.

이에 대해 아들러는 상대가 만든 링위에 올라가지 않을 것을 권한다. 상대가 아무리 시비를 걸고 도발을 해와도 그것에 반응하지 말고 상대의 감정이 진정되었을때 대화를 하는 것이 좋다.

물론 R양 입장에서 이것을 실제로 적용한다는건 어려운 일이다. 남자친구는 갖은 비난과 억지를 부리며 R양을 흥분하게 만들어 링위로 올라오게 만드려고 할 것이니 말이다. R양 입장에서는 남자친구의 말들이 얼마나 논리적이지 않은지 왜 억지인지를 설명하고 싶겠지만 앞서 말했듯 남자친구의 목적은 대화가 아니라 권력투쟁이기 때문에 통하질 않을 거다.

그럴땐 남자친구가 도발을 하고 시비를 걸어도 차분히 대화를 시도하자. 자연스럽게 웃으며 "자기야, 우리 대화로 하자 난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어"라고 이야길 하자. 물론 남자친구는 그런 R양의 태도를 비꼬거나 비난하며 R양을 도발하겠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시도를 하자. 

모든 감정은 휘발성이 강하고 감정을 태울 수 있는 연료가 주어지지 않으면 자연히 가라 앉게 되어 있다. 처음은 고통스럽겠지만 남자친구도 아무리 시비를 걸어도 꿈쩍하지 않는 R양에게 더이상은 억지를 부리기가 어려워진다. 분위기가 차분히 가라 앉으면 그때 남자친구를 비난하기 보다 조용히 대화를 이어가면 된다. 

물론 R양 입장에서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이 될 수 있고 왜 나만 당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수 있다. 하지만 아들러 심리학에서 권력투쟁은 상대를 싫어해서 생기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상대의 관심을 끌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왜 나만 져줘야해!?"라고 생각하기 보다 "남자친구가 대화를 하고 싶은데 이야길 꺼내기가 어렵나보다" 정도로 생각한다면 남자친구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도 조금은 이해하기 쉬워질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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