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상처는 서로를 끌어당긴다.같은 상처는 서로를 끌어당긴다.

Posted at 2011.06.19 06:17 | Posted in LOVE/LOVE

 

 

같은 상처는 서로를 끌어당긴다.

 
유치원 이후 나는 늘 남자아이들을 끌고 다녔다. 딱히 여자아이들의 관심을 끌고 싶었다기보다. 유년기의 외로운 사랑이 내게 사람에 대한 집착을 만들었던것 같다. 유치원 이후 초등학교 1학년, 2학년, 3학년 별다른 변화나 기억이 없다. 키는 컸지만 마음은 유치원때 그대로였다. 그때까지 여자친구들은 언제나 친구 그 이상도 아니었다. 그도 그럴것이 초등학교 3학년이 무슨 가슴 떨리는 사랑을 알수 있었을까? 물론 요즘은 드라마나, 영화, 인터넷의 발달로 유치원생도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있다지만 내가 초등학교때에는 그런것이 없었다.
 
 
그렇게 마냥 남자아이들과 운동장으로, 근처 산으로 뒹굴고 뛰어다니는것을 좋아하던 내게도 풋사랑이라는것이 찾아왔다. 그 아이의 이름은 '아영'이었다. 작은 키에 꾀죄죄한 모습, 언제나 혼자 있는 그아이의 모습은 유치원때의 내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딱히 이쁘다던가 딱히 매력있는 아이는 아니었지만 이상하게도 초등학교 4학년 내눈에는 그 아이가 자꾸 들어왔다.
 
 
하루는 학교가 끝나고 남자친구들을 떼어내고 몰래 아영이의 뒤를 따라갔다. 90년대 미아동은 그야말로 달동네였다. 어딜가나 판자집이 즐비했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엔 쓰레기와 연탄재, 그리고 강아지와 고양이의 배설물들로 더러웠다. 그 더러운 길을 나는 아영이를 따라 걸었다. 오르고 또 올라도 그 아이는 멈추지 않았다. 이제 더이상 올라갈곳이 없을 정도가 되어서야 빨간페인트가 군데 군데 벗겨진 대문을 열고 회색 슬레이트 지붕의 허름한 집으로 들어갔다.
 
 
평소에 아영이는 나와 눈을 마주친적도, 말을 나눈적도 없었다. 더욱이 내가 그 아이의 집을 몰래 따라가는 동안 아영이는 단 한번도 뒤를 돌아보거나 하지았다. 한마디로 나와 그 아이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관계를 맺은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아이가 빨간페인트가 군데 군데 벗겨진 대문을 열고 회색 슬레이트 지붕의 허름한 집으로 들어가는 순간 난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꼈다. 그렇게 나의 풋사랑은 시작되었다. 어쩌면 난 아영이가 교실의 한구석에서 창밖도 보지못하고 꾀죄죄한 모습으로 자리에 앉아 초점없는 눈으로 멍하니 있는 모습에서 나와 같은 상처를 발견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쬐죄죄한 아영이의 모습에서 나와 같은 상처가 있진 않을까 예상했고 도둑고양이처럼 졸졸 아영이의 집까지 따라가 두눈으로 나와 같은 상처가 있음을 확인하자 내 작은 가슴안에서 풋사랑이 시작되었다. 나의 첫번째 사랑이 외로운 사랑이었다면 나의 두번째 사랑은 같은 상처가 있는 사람과의 공감의 사랑이었다.  
 
 
다음날 나는 아영이에게 다가가 말을걸었다. 정확히 무슨 말을 어떻게 걸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린 나는 주저하지 않고 아영이에게 다가갔다. 그날 이후 나와 아영이는 단짝이 되어 쓰레기로 뒤덮힌 달동네의 골목과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 작은 산을 돌아다니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는 100원한푼 없었지만 같이 있어 마냥 행복했고 오늘도 내일도 또 그 다음날도 함께할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했다. 나는 아버지가 없었고 아영이는 고아였다.
 
 
남들에게 우리들의 상처는 동정의 대상이었지만 나와 아영이에게 있어 우리들의 상처는 우리를 끈끈하게 이어주는 공통점이었다.
 
 
그렇게 영원할것만 같았던 순간은 말그대로 찰나의 순간이었다. 내가 다른학교로 전학을 가게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전학을 가게될것이라는 것을 알게된 그 날 나는 정말 서럽게 울고 또 울었다. 차마 나는 아영이에게 전학가는 것을 말하지 못하였다. 내가 마지막으로 등교하는날 야속하게도 담임선생님께서는 반아이들을 불러모아 나의 전학소식을 알리셨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아영이는 반아이들 가운데에서 울고 있었고, 또 나도 울고 있었다. 아영이와 내가 울고있었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던것은 아영이와 나의 눈물은 나와 아영이에게만 보였기 때문이다.
 
 

 

상처가 빨리 아물려면 깨끗한 공기에 상처를 내놓아야하지만 마음의 상처를 남들에게 꺼내어 보여줄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꽁꽁싸매어 감추다 상처가 곪아 염증이 생겨 아물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 마음의 상처를 빨리 아물게하려면 나와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을 만나 서로의 상처를 꺼내어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면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본능적으로 나와 같은 상처를 가진사람에게 끌린다. 당신도 어린시절의 나처럼 특별한 매력도 없고 한번도 말해본적 없는 상대에게 끌린적이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이 당신과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어서였을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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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홀아비 사정은 과부가 안다는 말이 있지요.
    같은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은 이미 마음을 열 준비가 된 것과 같더군요. ^^
  2. 앗.. 저두 말도 안해보고 특별한 매력도 없는 상대에게 끌린적이 있는데..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어서였나봐요^^
  3. 항상 공감되는 글을 올려주시는군요..오늘도 글을보며 많이 공감했습니다.
    저 역시도 그런적이 있어서..
  4. 어머님이 없이 자란 저도 유년 시절에는 마음의 상처가 깊었는데... 어느 순간 훌훌 털어버릴 수 있게 되더라고요.^^ 같은 상처를 받은 친구들.. 그리고 지금 사랑하는 사람도 다 저를 이렇게 끌어당겼나 봅니다.^^
  5. 공통점도 차이점도 강점이 될수 있겠네요. 아영이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요 ㅎ
  6. 항상 공감되는 글로 흥미를 가지게 되네요!!
    오늘도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나와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이라...
  7. 저도..왠지 끌리는 사람들을 보면 다들...비슷한 매력이 있떠라구용~ㅎ
    저의 아픔을과 같은사람들에게 끌리는거 였나봐요? ㅎㅎ
    상처는 숨기기보다는... 정말 드러내놓고.. 서로 보듬어주는것이..
    상처 치유에 도움이 되는것 같아요^^
    바닐라로맨스님 좋은 하루 되세요~^_^
  8. 아영이와 비슷한 상처를 가지고 서로를 이해하고..헤어짐의 눈물을 흘리고..가슴 저린 이야기 네요..정말 누구나 비슷한 상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끼리는 통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죠...참 공감가는 글입니다. 멋진 한주 맞으세요
  9. 잘 보고 갑니다. ㅜㅜ
    즐거운 한주 되세요 ~ ㅎ
  10. 공감대라는거..사랑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요소인거 같아요.
    왠지 글을 읽어내려가는데 머릿속에 그려지는 모습이 순수한 유년시절이 생각도 나네요.
    즐거운 한주 되시고요~
  11. 얼마전 티비에서 봤었는데... 미팅시 남자가 여자의 행동을 따라하면..서로 공감대가 커진다고 실험하는것을 본기억이 나네요.. 상처도 마찬가지 인가봐요..^^
  12. 그렇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한 것 같은...
    저도 공감이 많이 되네요

    어려서 전학을 많이 다녀 친구를 사귀기 힘들었는데....
    그때 생각이 많이 나네요
  13. 맞아요....동질감이라는것이 무시못하는 것인듯 하더라구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14. ...성격이 별나서 그런지...

    같은 상처는 서로를 이해하고 친숙하게 될수있는 계기도 되지만...
    같은 상처때문에....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힘들어지는 모습도 많이 봤거든요..
  15. 안녕하세요.
    개방형 포털 "줌(zum.com)"입니다.

    본 포스트가 zum.com의 여성허브 베스트 인기 토크 영역에 5월 25일 09시부터 소개될 예정임을 알려 드립니다.
    운영 정책 상 해당 포스트의 노출 시간이 단축되거나 연장될 수 있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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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um 고객센터 - http://help.zum.com/inquiry/hub_zum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16. 깊이 공감...하지만
    나랑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이기에, 그 끌림을 도무지 막을 수 없어 사귀게 됐습니다.... 하지만 똑같은 사람끼리 만나서 과연 밝은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을 지.....우리 관계가 현실적으로도 서로 보완하며 아름답게 그려질 수 있을까요...? 많이 좋아하지만.. 그래서 너무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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