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이 드문드문한 썸남, 어장관리일까?연락이 드문드문한 썸남, 어장관리일까?

Posted at 2015. 9. 20. 07:01 | Posted in 연애 연재글/연애루저클리닉

연락이 드문드문한 썸남, 어장관리일까?

미국의 소설가 폴 오스터가 8살때 처음으로 야구경기를 보러갔다. 경기가 끝난 뒤 폴 오스터는 그가 선망하던 야구선수를 만날 기회를 얻었고 오스터는 용기를 내어 사인을 요청했다. 야구선수는 폴 오스터에게 물었다. "그래, 근데 펜은 있니?" 불행히도 당시 폴 오스터와 그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펜이 없었고 야구선수는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그날 이후 폴 오스터는 어디를 가든 펜을 챙겨다녔다고 한다. 어떤 목적이 있어서 펜을 챙겨 다니는게 아니다. 다시는 펜을 챙기지 않아 좋은 기회를 놓치는 일을 겪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유혹도 마찬가지다. 사인을 부탁해놓고 그제야 펜을 찾는 폴 오스터처럼 많은 사람들은 내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을 발견하고 나서야 상대를 어떻게 유혹할까? 방법을 고민한다. 하지만 유혹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어야 가능한거다. 상대가 왜 애매하게 나올까? 내가 준비한 매력이 상대에게는 부족한거다. 

 

 

소개팅 후 엄청 적극적이지는 않았으나, 꾸준히 연락이 오길래 처음엔 큰 마음이 없었으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한 세번쯤 만났을 때 어색함도 없어지고 가벼운 스킨십도 있고 그래서 뭔가 되는건가 싶었는데... 그래도 연락은 드문드문... 뭔가 감정유희 당한것 같고  잘되든 안되든 화가나서 따졌어요. "xx야, 내가 처음부터 널 따라다닌것도 아니고 이렇게 좋아하게 만들어 놓고 이러는거 이해가 안돼, 니 솔직한 마음이 뭐니?" 그랬더니 썸남이 놀라면서 내일 만나자 하더라고요... (생략) 망한 썸인건 저도 알아요... 근데 궁금한건 저와 썸을 타다가 다른 여자가 생겼던 걸까요? 아니면 그냥 썸남에게 어장관리 당한건가요?
- 연락이 드문드문한 썸남에게 화가난 B양

 

B양과 비슷한 케이스의 사연을 파티에서도 많이 받는다. 그녀들은 남자의 행동이 심히 불쾌하다는듯이 남자를 사람을 가지고 노는 사람이는 식으로 비난을 한다. 재미있는건 내가 웃으면서 한마디를 하면 그녀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창피하고 당황하는 표정으로 바뀌는데 그 표정변화를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하여간 내가 그녀들에게 해주는 말은 이렇다.

 

"잘봐, 내가 너랑 썸을 탔어. 직업도 괜찮고, 성격도 괜찮아, 근데 생긴게 너의 데드라인에서 간신히 턱걸이를해, 그리고 좀 썰렁해. 한마디로 애매한거야. 결혼 상대로는 나쁘지 않은데 사귀는건 좀 그래. 그래서 일단은 내가 만나자는대로 만나줬어. 근데 어느날 갑자기 내가 너한테 나는 진심으로 널 좋아했는데 왜 날 사랑하지 않냐고 화를 냈다고 생각해봐. 넌 무슨 생각이 들겠니?"

 

입장만 바꿔도 쉽게 해결될 일이다. "왜 나에게 애매하게 행동하지!?"라며 불쾌하기 전에 "나는 어쩔때 애매하게 행동하지?"라고 생각하면 답이 나올일이다. "나를 불쾌하게 했으니 썸남이 가해자고 나는 피해자야!"라는 유치한 생각은 그만하고 한번만이라도 객관적으로 생각해보자.

 

"좋긴한데 2% 부족함을 느끼고 애매하게 행동하는 사람과, 왜 날 좋아해주지 않냐고 화를 내는 사람 중 누가 이상한 사람일까?"

 

B양의 큰 문제는 썸이 망한 원인을 자꾸만 외부에서 찾는다는거다. 그냥 "아... 내가 썸남 입장에서는 좀 애매한 사람이었나보네..."하면 될일을 "지금 나 가지고 논거임?", "나랑 썸타면서 다른 여자가 생긴건가!?", "지금 나 어장관리 당한거!?"라며 분노를 해서는 발전이 없다.

 

앞서 소개한 폴 오스터의 일화를 떠올려 보자. 폴 오스터는 자신이 선망하는 야구선수의 사인을 펜이 없어서 받지 못한 후로 펜을 항상 펜을 챙겨 다닌다. B양 처럼 폴 오스터가 "왜 사람들은 펜을 안가지고 다니지?", "그 선수가 싸인하기 귀찮으니까 펜 있으면서도 없다고 했었던건 아닐까?", "팬이라고 사인을 부탁했으면 어떻게든 구해서 사인을 해줬어야 하는거 아냐!?" 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을까?

 

지금 B양이 해야하는건, 애매한 썸남을 비난할게 아니라 다음 썸남에게 애매한 여자가 되지 않기 위해 매력을 갈고 닦아야 하는것 아닐까? 항상 펜을 챙겨 다니는 폴 오스터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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