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기로 고민하는 당신에게권태기로 고민하는 당신에게

Posted at 2015.09.18 07:01 | Posted in 연애 연재글/연애트러블클리닉

권태기로 고민하는 당신에게

연애를 할 때마다 3개월을 못 넘기던 내가 여자친구와 3년쯤 사귀었을 때 쯤이었나? (그녀와는 5년을 만나고 헤어졌다.) 주변에 내 지인들은 나만 보면 안부를 묻듯 이렇게 물었다. "야, 안질리냐?" 아마도 녀석들은 갑자기 장기 연애를 하는 내가 신기해 보였거나 샘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질리긴, 난 아직도 좋은데?"라고 대답을 했다. 녀석들은 뭔가 불편한 표정으로 동일한 자극에 분비되는 호르몬의 유효기간은 길어야 30개월이라며 내게 정신차리라고 했지만 난 정말 3년이 지나도 그녀가 좋았다. 아니 정확히는 3년이 넘었기에 더 좋았다. (정말로!)


나이 먹는 것을 여러 가지를 잃어가는 과정으로 보는가, 혹은 여러 가지를 쌓아가는 과정으로 보는가에 따라 인생의 퀄리티는 한참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中 즐거운 철인 3종 경기, 무라카미 하루키 


당신도 물이 절반 담긴 물컵 이야기를 알 것이다. 똑같은 물이 절반 담긴 물컵을 보고도 어떤 사람은 "물이 절반 밖에 안 남았네..."라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물이 반이나 남았네!?" 하기도 한다. 어떻게 생각하든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당신의 느낌은 전혀 다를 것이다. 


한잔의 물컵을 바라보는 것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기분이 다른데 연애는 어떻겠는가? 당신이 연애를 단순히 가슴 설레는 것으로만 생각한다면 오래된 연애 혹은 자연스러운 권태기가 사형선고 만큼이나 끔찍할 것이다. 설렘이 연애의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설레지 않으니 이건 사랑이 아니라는 생각밖에 안 들 것이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한 2년쯤 만났을 때, 데이트를 하는 게 나이 든 교수의 행정학원론 수업을 듣는 것만큼 지루하다는 걸 깨달았다. 덕분에 한 달 정도는 실제 행정학원론 수업 때 그랬던 것처럼 대충 출석? 만하고 딴짓을 하거나 별의별 핑계를 대며 출석조차 하지 않기도 했다.  셀렘이 없으니 당연히 헤어지는 게 맞다 생각했고, 헤어지자는 말을 할 구실을 찾으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었다. 


이별을 결심하고 그녀를 자주 가던 이자까야로 불러냈다. 그녀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메뉴판을 펼치고 항상 함께 먹던 메뉴를 주문을 했다. "여기요, 월계관 준마이 750, 꼬치 5종 세트, 타코와사비 주세요." 너무나 웃기게도 그 한마디에 헤어지기로 했던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동안 연애는 설레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처음으로 서로를 잘 알고 편한 감정도 연애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그녀가 사랑스러워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의 경험은 뭐랄까 정말 기적과 같았다. 방금 전까지 헤어지려고 했다가 갑자기 사랑에 충만해지다니!


이제 데이트가 별로 설레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달리 생각하니 괜한 부담 없이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 뭔가 대화할 소재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만큼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서로 남들에게 공개하기 어려운 비밀을 서로 공유하고 있었다. 이뿐인가? 이젠 딱히 머리 아프게 데이트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알아서 이번 주엔 영화 다음주엔 서점 그러다 가끔씩 전시회 등 나름의 질서 있는 데이트를 즐기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이 바뀌니 갑자기 그녀가 사랑스러워지고 또 한없이 소중해졌다. 나는 갑자기 사랑에 빠진 사람의 눈을 하고 그녀 옆으로 가 그녀를 꼭 껴안았다. 물론 그녀는 더우니까 저리 비키라고 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그날 난 새로운 연애를 시작했으니 말이다. 


에너지 보존법칙은 물리학의 가장 기본적인 법칙인데 에너지는 발생하거나 소멸하는 일 없이 열, 전기, 자기, 빛, 역학적 에너지 등 서로 형태만 바뀌고 총량은 일정하다는 법칙이다. 이 에너지 보존의 법칙은 연애에도 그대로 적용시켜보자. (사랑도 일종의 에너지 아닌가!?) 처음 시작은 설렘이겠지만 시간이 지나며 설렘은 줄어들지만 대신 편안함, 신뢰, 친밀감이 늘어난다. 

 

"쉽게 말해 당신이 상대를 사랑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고 형태를 달리할 뿐인 거다."

 

권태기를 두려워하지 마라. 권태기는 노화처럼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다. 당신이 권태기를 두려워하면 할수록 당신의 연애를 어두워져만 갈 것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라. 그리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는 거다. 어쩌면 이런 나의 말들이 말장난처럼 느껴지겠지만 권태기를 맞은 당신에겐 매우 중요한 말장난이다. 


앞서 말했듯 어떻게 생각하든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당신의 감정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나처럼 말이다.) 


당신이 연애를 설렘으로만 생각한다면 당신은 누구와 연애를 하든 항상 설렘이 줄어드는 필연적으로 이별할  수밖에 없는 연애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생각을 조금만 바꿔보자. 당신이 생각만 조금 바꾸면 설렘으로 시작해서 편안함, 안정감, 신뢰, 친밀감 등의 다양한 감정을 즐길 수 있는 멋진 연애를 즐길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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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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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비
    그렇게 다시 좋아지셨는데 결국은..헤어지셨군요..
  2. 뚜뿌
    편안함과 정은 다른 걸까요?ㅠㅠ 편안함과 안정된 연애라고 생각하면 정말 좋은 것 같은데, 정으로 만날 수 없지 않냐는 상반된 생각들도 있어서 그 두개를 구분하는게 참 어려운것 같아용! 오늘도 글 잘 읽고가요^^.
  3. 으...
    찔리네요.짐 남친에게 설레지않고 권태기인데...
    생각해보면 전 늘 남녀가 바뀐 연애를 해왔네요. 제가 먼저 좋아하고 그 사람이 날 좋아하게되고...삼년넘으면 그 남자가 시들해져서 헤어져버리고....ㅠㅠ. 시들해지는것도 하나의 사랑의 변환임을 깨닫게해줘서 감사합니다.
  4. 오늘도 잘읽었습니당^0^ 오년사귄 여자친구랑 헤어진 이유도 궁금하네용 ㅎ
  5. 오늘 글은 왠지 평소보다 더 성숙한 분위기가 물씬~ 에너지보존의법칙 즉 역학적에너지=운동E+위치E (일정) 에서 확 와닿았어요^^ 어떻게보면 이또한 tradeoff 같기도하고,,,ㅋㅋ
    아마 글을 쓰시는동안 마음이 좋지많은 않았을 텐데,, 5년동안 그래도 좋은 만남을 가지신게 부러워요! 저는 어떤 이유로던 오래 못가더라고요ㅠㅠ 긴장의 끈을 적당히 쥐고 알콩달콩 연애하는거!! 진짜 좋아보이기도 하고,,, 중요한것 같아요 ㅋㅋㅋ
  6. 바닐라로맨스님 포스팅 중 가장 마음에 와닿는 포스팅이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7. 저도 비슷한대 권태기란게 너무 그사람에게 익숙해져버린게 아닌가싶어요
    같은뜻으로는 좋은뜻인대 다른뜻으로는 지루하다가되는거같아요
  8. 저도 10년째 연애하고 내년 결혼하는데요..대놓고 지겹다고ㅋㅋ농담할만큼 가족같은 사이가되었네요..하지만 단한번도 진심으로 지겹다고 생각한적은 없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깊이가 더해지니 더 못헤어나겠더군요..가족같은 사람이랑 헤어지는일 정말 어렵습니다. 잠시 시간을갖고 안만난적이 있었지만 내 분신과도 같아서 두배로 힘들더군요..설렘역에 내릴지, 안정역에 내릴지..그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안정역에 언젠가 내리시게된다면 좀 더 폭넓은 사랑을 할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