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한가운데 사람이 누워도 누구하나 손내밀지 않더라.지하철 한가운데 사람이 누워도 누구하나 손내밀지 않더라.

Posted at 2011. 5. 21. 06:34 | Posted in 바닐라로맨스의 일상

 

금요일 퇴근후 약속이 있어 노원으로 향하는 붐비는 지하철 속에 갑자기 사람들이 술렁이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렇다고 큰 술렁임은 아니었고 뭐랄까... 뭐지? 라는 느낌정도? 하지만 이리 저리 두리번 거려도 이유를 알수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조금씩 사람들이 빠지자 아까 사람들이 잠시 술렁였던 이유를 알수 있었습니다.

 

지하철 한가운데에 노숙인으로 보이는 한분이 누워서 잠을 청했던 것이지요. 지하철 한가운데, 그것도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문앞에 일자로 누워있던 그는 굳이 얼굴을 가리거나 사람들을 신경쓰지는 않았습니다. 노숙생활을 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는지 머리나 용모가 특별히 지저분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멀리서도 맡을수 있는 악취와 더럽혀진 바지로 미루어 보았을 때 분명 노숙인인것 같았습니다.

 

처음엔 혹시 어디가 아파서 누워있는것은 아닌가 다가갔지만 저조차도 손을 내밀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근처에서 혹시나 정말 어디가 아픈것은 아닌지 유심히 지켜볼뿐이었죠. 다행히 특별히 어느 부분이 아파서 위급한 상황같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멀쩡한 사람이 지하철 한가운데 누워있다는게 정상적이며 그냥 내버려두어도 되는일은 아니죠. 하지만 지하철안의 저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누구도 그 노숙인에게 다가가지 않았습니다.

거의 종점이라 그렇지 5분정도 전에는 사람이 가득했답니다.

 

다가가기는 커녕 마치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냥 스마트폰으로 게임을하거나, 노래를 듣거나, 태연히 통화를 합니다. 다른 열차칸에서 간혹 사람들이 건너와도 누구하나 놀래는 기색잆이 마치 유흥가에 흩뿌려진 유흥업소 찌라시를 보듯 스윽 눈으로 흘기곤 아무렇지 않게 돌아가네요.

 

마음속으로는 '일으켜주어야해, 혹시나 어디가 불편한지 물어봐야해, 내가 여기서 저사람을 구해야해'등 여러 생각들로 가득찼지만 선뜻 일어날수가 없었습니다. 변명이라면 변명이지만 몇해전 지인이 길을걷다 노숙인과 시비가 붙어 노숙인이 휘두르는 흉기에 목부위를 베인적이 있어. 솔직한 말로 두려웠습니다. 태연하게 지하철 한가운데에서 자고 있는 저 사람의 얼굴이 갑자기 일그러져 보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노숙인은 살짝 찡그린 표정으로 잠을 자고 있긴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노숙인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면 단순히 밝은 빛아래서 자려다보니 저렇게 찡그리고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겠지요. 한참을 고민한 저는 서울메트로에 문자를 보냈습니다. (서울메트로 : 1577-1234) 그동안 너무 생각만 하고 있었던 탓에 결국은 종점까지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당고개에서 공익근무 요원들에게 끌려 나가는 그분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타가 있네요; 최근 에핑그린님 블로그에서 서울메트로로 문자를 보낼수 있다는것을 알게되어 문자를 보냈는데 상당히 빨리 답문을 주시더군요

 

혹시 저분은 따뜻한 관심이 필요했던건 아닐까? 너무나 외롭고 힘들어서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 드러누웠던것은 아닐까... 내가 저분의 손을 잡아 주었다면 어땠을까...? 너무 많은 생각이 들어 결국은 약속을 취소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사람이 지하철 한가운데 누워있어도 아무도 손을 내밀지 않는 사회.

눈앞에 있어도 보지않는 사회.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가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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